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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역 턱없이 적어…'고비용' 위탁에 의존 [기로에 선 국민연금]④1인당 자산규모 2조7천억원…CPPIB보다 10배 많아

최욱 기자공개 2014-06-26 12:02:00

이 기사는 2014년 05월 30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은 다른 해외 연기금에 비해 위탁운용의 비중이 매우 높다. 특히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는 극히 제한적으로만 직접 운용을 할 뿐, 전적으로 위탁운용에 의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외 연기금들이 점점 직접 운용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는 것과 달리 국민연금은 위탁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를 늘리면 늘릴수록 위탁 비중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다.

해외 연기금들이 위탁 비중을 줄이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직접운용에 비해 고비용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400조 원에 이르는 운용자산에 비해 운용역의 수가 턱없이 적고, 보수도 민간 운용회사들에 비해 훨씬 낮은 편이다. 대우가 좋지 않으니 유능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운용인력을 늘릴 수 없으니 높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위탁운용을 할 수밖에 없다.

◇"기금규모 감안하면 직접운용이 더 유리"

2012년 말 기준 해외주식의 82.3%가 위탁운용이다. 해외채권의 위탁 비중(56.4%)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대체투자의 경우 해외는 100% 위탁운용이고 국내는 위탁 비중을 80%대로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주식과 국내채권의 위탁 비중은 각각 51.8%, 10.6%로 낮은 편에 속한다.

국민연금 직접위탁 비중
(2012년 말 기준)

국민연금은 리스크가 낮은 자산은 직접운용, 리스크가 높지만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자산은 위탁운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일례로 해외주식 투자에 나설 때 선진국 투자는 국민연금이 직접 담당하지만 신흥국 투자는 위탁운용사에 맡기는 식이다. 국내채권 투자에서도 국민연금은 직접 운용을 통해 국공채를 사들이는 반면, 위탁운용사는 리스크 높은 회사채 투자에 주력한다.

해외 연기금들도 직접운용과 위탁운용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과 다르게 일부 위험자산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위탁운용을 한다. 노르웨이 연기금 GPF의 위탁운용 비중은 2012년 말 기준 3.8%에 불과하다. 채권은 100% 직접 운용하고 있고 일부 주식에 대해서만 위탁운용사를 활용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자주 비교 대상으로 언급되는 캐나다 CPPIB도 직접운용으로 투자 기조를 바꾸면서 위탁운용 비중을 약 25%까지 낮췄다. GPF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지만 국민연금(33.8%, 2013년 말 기준)에 비해서는 낮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위탁운용 비중 목표치가 35.4%였고, 해마다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그 차이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해외 연기금들이 직접운용을 선호하는 이유는 위탁운용이 기본적으로 고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위탁운용한 자산은 144조 원이다. 연간 운용보수를 20bp로 가정했을 경우 국민연금이 1년 동안 운용사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2900억 원에 달한다. 국민연금 운용역의 평균 연봉을 대략 1억 5000만 원이라고 보면 1900여 명을 고용할 수 있는 규모다.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금 규모가 커질수록 위탁운용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고용해 직접운용 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우선 외부 운용사와 공동투자(co-investment)를 통해 역량을 쌓은 뒤 직접투자 비중을 높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운용인력 부족...'고위험 자산' 운용에 걸림돌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직원 수는 199명이다. 이 중 기금운용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일반직을 제외하면 운용인력은 156명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이 427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1인당 관리자산이 2조 7000억 원이 넘는다. 캐나다 CPPIB의 운용인력은 지난해 말 기준 906명에 달한다. 반면 기금 규모는 1835억 달러(약 187조 원)로 국민연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운용역 1인당 자산 규모는 2000억 원으로 국민연금의 10%도 되지 않는다.

해외연기금과 비교할 것도 없다. 국내 대표적인 운용조직들과 비교해 봐도 국민연금의 운용역은 너무 적고, 1인당 운용기금은 너무 많다. 한국투자공사(KIC)는 74조 원을 운용하면서 운용역이 81명이다. 1인당 관리 자산은 1조 원에도 못 미친다. 삼성자산운용은 108명의 인력으로 123조 원을 운용 중이다. 1인당 관리 자산은 1조 원이 약간 넘는 수준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 운용인력 현황

해외 투자의 핵심 인력인 해외 사무소 직원 수를 비교해보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국민연금은 현재 뉴욕사무소와 런던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두 곳 모두 4명씩 배치돼 있다. CPPIB의 경우 런던과 홍콩에 각각 51명, 32명의 인력을 투입해 해외 시장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네덜란드 연기금 ABP의 운용사인 APG(All Pensions Group)는 신생 헤지펀드 발굴을 위해 100여 명을 뉴욕 사무소에 상주시키고 있다.

신 교수는 "해외 연기금과 비교해 국민연금의 인력 규모는 너무 작다"며 "KIC나 국내 자산운용사와 비교해도 열악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문성 있는 운용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성과보상 체계에 대한 손질도 필요하다. 국민연금 운용역들의 연봉은 자산운용업계의 평균 정도다. 성과급이 있기는 하지만 사기를 진작할 수 있는 '당근'으로는 역부족이다.

현재 기금운용본부의 성과급은 크게 목표성과급과 초과이익성과급으로 나뉜다. 목표성과급은 3년 누적 수익률이 같은 기간 물가상승율보다 높을 경우 모든 본부 직원에게 지급되는 성과급이다. 초과이익성과급은 자산별 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률에 따라 개별적으로 지급된다. 초과이익성과급은 최근 5년 동안 두 번(2010년, 2011년) 지급되는 데 그쳤다. 기준점이 너무 높아 웬만한 운용성과로는 성과급 지급이 쉽지 않다.

국민연금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해 삼정 KPMG에 의뢰해 기금운용본부 보상체계 개선에 대한 컨설팅을 받았다. 컨설팅 결과 목표성과급(기금전체 성과) 중심에서 개별성과급(자산 및 개인 성과)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 안이 채택되면 운용역 1인당 연간 성과급은 1580만 원으로 500만 원 가량 늘어난다.

국민연금은 새로운 성과평가보상 개정안을 올 하반기 기금운용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개정안이 순조롭게 통과되면 기금운용본부가 전라북도 전주로 이전하는 오는 2016년부터 새 성과급 체계가 적용될 수 있다.

운용역 1인당 자산규모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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