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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문사와 PB의 협업 [thebell note]

이대종 기자공개 2014-07-17 11:36:39

이 기사는 2014년 07월 14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이고, 빅벨 기자. 멀리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어요." 오랜만에 만난 투자자문사 대표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소주 한 잔은 걸쳐야 들을 수 있던 별명을 듣고 좋은 일 있으면 나누자고 했다. 몇 번을 어물쩍 넘기려던 대표는 최근 개인 고객과 일임으로 20억 원 정도를 계약했다고 밝혔다. 근래에 드문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수수료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문사가 일임계약을 통해 개인에 받는 기본 수수료는 연간 1% 정도, 많으면 1.5%에 이른다. 목표한 수익률을 넘으면 성과 수수료로 10~15% 수준의 수수료를 추가로 받을 수도 있다. 기관 자금 대부분이 성과 보상도 없이 기본 수수료만 연간 0.3%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십분 이해된다.

투자자문업계도 불황이니 더욱 그러했다. 국내에는 현재 150여 곳이 영업을 하고 있지만 회계연도 기준 지난해 전체 순이익의 36%는 상위 10곳이 차지하고 있고 절반이 넘는 80여 곳은 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이 대표의 투자자문사는 전체 계약 규모가 1000억 원도 안 되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20억 원 정도의 개인 자금을 일임으로 받았으니 빚쟁이가 왔어도 잔칫떡을 내놓았을 것이다.

알고보니 20억 원의 자금은 증권사 프라이빗 뱅커(PB)를 통해 계약한 자금이었다. PB에게 소개비 명목의 수수료로 주고 나면 얼마나 남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비용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객 계좌를 소속 증권사에 개설한 PB는 거래 수수료만 가져가고 종목 선정 등의 실질적인 업무를 맡은 투자자문사에서 기본 수수료와 성과 수수료를 모두 가져간다는 것이다.

물론 PB가 아무 투자자문사나 거액자산가를 소개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내세울만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성과가 좋은 투자자문사를 통해 고객의 신뢰를 쌓고 이를 기반으로 추가 자금을 유치하거나 더 많은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PB의 진정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PB와 연계한 영업 방식은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다. 저성장·저금리 영향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주식위탁매매보다 자산관리로 쏠리면서 PB의 역할도 커졌다. 이 때문에 투자자문사 자체 영업보다 증권사 내 유명 PB와의 협업에 공을 들이는 투자자문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문사로서는 나름의 투자 철학을 갖고 실적을 쌓는 것이 우선이긴 하다. 대형 투자자문사에 밀려 기관 자금을 끌어오기 어려운 중소 투자자문사라면 개인 자금의 규모를 차곡차곡 늘리는 것이 수익창출의 기본일 터. 그렇다면 자체 영업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과 함께 PB와의 협업을 적극 도모할 만하다. 지난해까지 1000만 원이라도 이익을 낸 투자자문사는 전체의 절반도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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