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피플&오피니언

회사채시장 위기…당국, 모범답안 찾을까 [thebell desk]

황철 기자공개 2015-12-07 10:14:30

이 기사는 2015년 12월 04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중 적어도 한 번, 잊을 만하면 제기되는 '회사채 시장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미국 금리 등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로 회사채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게 원인이다.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이슈가 불거진 점도 우려를 키웠다.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한 곳은 금융당국이다. 최근 회사채 수급 불안이 우량채 시장으로 번질 기미를 보이자 서둘러 자본시장 전문가들을 불러 모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내에 연관성 있는 부서를 총동원해 연일 보고서를 제출받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평가사, 증권사 등 각계 전문가의 의견도 적극 수렴하고 있다.

현실이 위기이건 아니건, 금융당국이 '회사채 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한계'에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과거에는 거들떠 보지 않았던 핵심 과제를 논의 선상에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진일보한 행보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하다.

금융당국은 최근 회사채 수요부진의 원인을 ELS 시장 위축, 수요기반의 한계, 정보 접근성 미비 등 세 가지 관점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적으로는 우량 회사채와 여전채의 주요 창구로 부상했던 증권사 ELS의 축소를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ELS 규제 방침을 접을 뜻이 전혀 없어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신 좀더 근본적인 관점에서 회사채 시장의 해법을 찾고 있다. 바로 회사채 펀드 활성화와 정보투명성 강화다.

공모형 회사채 펀드 활성화는 그간 국내 채권시장의 취약한 수요기반을 확충하고 양극화 이슈를 해소할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국내 증권·운용업계의 의지 부족과 포트폴리오 효과를 유도할 BBB급 채권 시장 미비로 시도 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금융당국이나 금융투자협회, 기관투자가 등의 이해도나 관심 역시 떨어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나서 펀드 조성을 위한 관련업계의 참여를 유도하고 매매 활성화에 노력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회사채펀드 조성은 지금처럼 소수 대형 기관의 투심에 좌우되는 취약한 시장 구조를 탈피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 방안이 될 수 있다.

정보투명성 강화도 시장 선진화를 위한 필수 요소다. 기업실사, 수요예측 등의 공시 투명화는 기본이다. 회사채 시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신용평가산업의 질적·양적 성장에 대한 논의도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독자신용등급 도입 논의를 재개할 수도 있고, 제4 신용평가사 진입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대화를 진행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의 인식만큼 회사채 시장이 실제로 위기에 휩싸였는가라는 질문에는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 극소수 AA급 이상 우량 대기업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발생한 소액 미배정을 '위기의 전조'로 몰아가는 것은 성급함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국내 회사채 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팽창에 제동이 걸리며 새로운 변혁을 위한 전환점에 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16년, 회사채 시장 선진화를 취지로 도입한 수요예측 제도가 만 3년을 맞는다. 새해에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국내 자본시장의 성숙도를 한 단계 끌어올릴 획기적인 제도나 방안의 도입을 기대해 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