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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테마주의 몰락 [thebell desk]

이승호 벤처중기부장공개 2017-02-06 08:21:05

이 기사는 2017년 02월 03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치 테마주는 역시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향후 더 큰 혼란이 예상되는데, 아무리 경고를 해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소식이 전해지며 증권시장내 소위 '반기문 테마주'들이 2일 일제히 가격제한폭(하한가)까지 폭락한데 따른 여의도 증권가의 일침이다.

정치테마주는 역대 모든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활개를 쳤다. 후보들의 지지율 변화에 따라 관련 테마주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반기문 테마주'는 2016년 한국거래소를 흔들었던 대표적인 사례다. 기억을 더듬어 2016년 봄으로 가보자. 반기문 테마주의 선봉에 섰던 코스닥 상장사 A사의 일봉 챠트를 보면 언제부터 반기문 테마주가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다. 이 당시 A사의 주가는 주당 1200~1500원에서 오랫동안 횡보하고 있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2016년 하반기부터 여야 대선 잠룡들이 본격적으로 합종연횡하며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주요 언론들은 앞다퉈 예비 후보들의 지지율 분석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야권에선 일찌감치 특정인을 유력한 대선 후보로 올려 놓고 그와 상대할 여권 대선 후보가 누가 될 것인가를 놓고 열띤 논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10여년 가까이 한국을 떠나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었던 반 총장은 올망졸망했던 여권의 대선 후보중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어느 때부터인가 여야를 떠나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로 그의 이름이 등장했다.

이 때를 즈음해 여의도 증권가와 각종 증권동호회 사이트에는 △반기문 조카가 00회사에서 임원으로 있다 △그의 동생은 00회사와 연관이 있다 △충주고등학교 동문회장은 00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등 갖가지 풍문이 돌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했던 A사의 주가는 불과 일주일만에 2000원대 중반으로 치솟으며 반기문 테마주의 대장주로 도약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결정된 이후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고, 2016년 12월 중순경 9000원대 중반에서 최고점을 찍었다. 물론 증권가에는 반기문 테마주 뿐 아니라 여야 유력 대선 후보들의 정치테마주들도 함께 널뛰기를 계속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금융감독당국이 정치테마주에 대한 일제 경고에 나섰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작년 12월20일 '테마주 등 이상급등족목 집중 시장감시 및 관리 강화'라는 방안을 내놓았다. 주가가 이상급등한 종목에 대해 조회공시를 강화하고 금융감독당국과 공조해 불공정거래 및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정치테마주'가 추가 급등할 경우 30분 단위로 단일가매매를 적용, 투기성 추종매매를 억제하고 과열 현상을 완화시켜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내놓았다.

반기문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속전속결로 이어졌다. 그를 영입하려했던 측이나 그를 대선후보로 옹립하기 위해 모여들었던 그룹들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한다. 특히 불출마를 선언했던 시점도 절묘했다. 반 전 사무총장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했던 시점은 공교롭게도 주식시장 장 마감을 바로 앞둔 3시30분 전후였다. 정치테마주를 주도했던 세력이나 개인투자자, 그의 울타리 근처에서 정보를 독점했던 사람 등 어느 누구도 매도시점을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2일 주식시장 개장과 동시에 반기문 테마주들은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했다. 탈출구가 봉쇄되며 공멸하는 상황이 됐던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됐는데도 정치테마주에 집착하는 '불나방'들은 사그라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말도 나온다. 반기문 지지층이 여야 군소 후보들로 이동하면서 누가 2위 후보가 될 것이냐를 놓고 또다시 정치 테마주들이 들썩이고 있다고 한다.'00의 지지율이 10%를 넘어서면 대권 판도가 바뀔 것이다'라는 풍문이 돌 정도다.

"요즘 정치테마주는 지능화 돼서 예전처럼 며칠씩 계속 상승하는 경우가 없다. 2~3일을 주기로 특정 종목들로 몰려다니기 때문에 감시하기도 버거울 정도다. 하물며 개인투자자들이 정치테마주들을 따라다니며 수익을 내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자의 한숨 섞인 경고지만 간단히 넘길 말이 아니다. 한번 잘못 들어가면 빠져 나올 수 없는 정치테마주의 위험을 단적으로 전해주는 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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