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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중심 벤처정책이 필요하다 [thebell desk]

이승호 벤처중기부장공개 2017-07-06 08:27:34

이 기사는 2017년 07월 05일 07:5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6월29일 오전 7시30분.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는 국내 벤처캐피탈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집결했다.

먼저 여신금융협회가 2개월마다 개최하는 신기술금융사 사장단 간담회 자리였다. 이번 모임에는 업계 주요 이슈에 대해 경청하겠다며 성장사다리펀드의 운용기관인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이동춘 대표와 서종군 투자운용본부장도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 했다.

같은 시간 바로 옆에서는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이 벤처캐피탈 CEO들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중소벤처기업부 승격을 앞두고 업계의 애로사항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7월로 다가온 정부 조직법 개편과 추가경정예산 편성 심의 등을 앞두고 업계의 건의사항을 정부와 각 기관에 전달하겠다는 의도였다.

이날 양측 간담회에 참석했던 벤처캐피탈 업계 CEO들은 불편한 모습들이 역력했다. 자신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하겠다는 양측 의도와 달리 누구의 장단에 춤을 춰야 할 지 애매한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벤처캐피탈 업계는 다소 흥분된 상태다. 주무부처가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된데다 정부가 일자리창출을 위해 1조4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자금을 추경예산을 통해 공급하겠다는 소식도 전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벤처생태계 육성정책의 주도권을 놓고 중기청과 금융위원회가 미묘한 신경전을 계속하고 있다는데 있다. 조금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책자금을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와 금융위 주도로 만들어진 한국성장금융의 일원화에 대한 이슈다.

중기청 실무관계자들은 주 청장이 간담회를 떠난 후 모태펀드와 성장사다리펀드의 일원화에 대한 그들의 논리를 CEO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는 후문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의사결정이 안 내려졌다"면서도 "모태펀드와 성장사다리펀드의 일원화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한 논리는 무려 다섯가지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을 내비쳤다고 한다.

성장금융 이동춘 대표와 서종군 본부장도 신기술사 CEO 간담회를 통해 역시 같은 이슈를 말하고 싶었을 것으로 보인다. 성장금융이 왜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벤처캐피탈 생태계에 미친 영향, 앞으로 민간 LP로서 성장금융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지 등 자신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던 듯하다.

하지만 그들은 바로 옆에서 진행된 중기청 간담회를 의식하기라도 한듯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빨리 그 자리를 떠났다.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한 수순이었던 것 같다.

중기청과 모태펀드의 눈치를 봐야 하는 창투사 CEO들과 금융위, 성장금융의 의중을 읽어야 하는 신기술사 CEO들 모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벤처정책의 주도권을 놓고 중기청과 금융위의 신경전, 여론전에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청에서 부르면 달려가야 하고 금융위(성장금융, 여신전문협회)가 업계 의견을 듣겠다고 하면 안 갈 수가 없다.

벤처투자 관련 법을 일원화 하고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관리를 위해 모태펀드와 성장사다리펀드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일리가 있다고 맞장구를 쳐야 한다. 반대로 금융기관이 돈을 내고 반도체협회 등을 통해 대기업들이 나서서 자금을 모아 출자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LP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성장사다리펀드가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논리에도 수긍이 간다.

벤처캐피탈 업계는 양측의 논리를 경청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어느 한쪽으로 줄을 서지 않고 있다. 어느 한쪽의 장단에 맞추는 것이 결코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 업계의 기조는 이렇다. 벤처생태계가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 수십년간 이원화 됐던 벤처투자 관련 법을 일원화 해달라는 것이다. 또한 관행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우선손실충당금 제도를 폐지하고 해외 투자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스닥시장을 분리해 기술주 중심 거래시장으로 탈바꿈시켜 회수시장을 활성화 하자는 것이다.

벤처캐피탈 업계가 줄서기를 강요하는 중기청과 금융위의 압박에 즉답을 피하고 각종 규제 완화를 요구하며 논의의 방향을 돌리는 이유는 뭘까.

벤처정책 주도권을 갖겠다는 양측에 묻고 싶다. 벤처생태계의 주인공이 누구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벤처생태계 발전을 위해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 핵심 논리에 주인공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자유롭게 창업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는 창업자에게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토양이 필요할 뿐이다. 벤처육성정책이 민간 중심으로 전환돼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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