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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금의 아름다운 도전 [thebell desk]

길진홍 산업부 차장공개 2018-01-05 08:21:56

이 기사는 2018년 01월 04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5년 전 우리는 한 기업인의 몰락을 지켜봤다. 맨손으로 시작해 재계 서열 32위 그룹을 일궜으나 느닷없이 불어 닥친 금융위기 한 파 앞에 무릎을 꿇었다. 건설업에 손을 댄 게 화근이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돈이 들어갔고 결국 돌을 던졌다. 출판을 시작으로 건설과 화학으로 뻗어나가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성공 신화 ‘제1막'이 이렇게 끝났다.

남은 건 산더미 같은 빚이 전부였다. 웅진(옛 웅진홀딩스)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윤 회장은 보유 주식마저 대규모 감자 당했다. 현재 웅진과 웅진씽크빅, 웅진에너지 등의 주력 계열사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재기가 불가능할 거 같았던 그가 다시 우리 곁에 왔다. 코웨이 매각 때 MBK와 맺은 경업금지 기간이 종료되자 바로 국내 정수기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모두가 망했다고 했으나 오뚜기처럼 일어섰다.

30대 재벌 시절 경영인 '윤석금'은 샐러리맨 성공 신화의 아이콘이었다. 긍정적인 사고에 기반 한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꿈에 대한 열정을 전도했다. 또 투명하게 경영돼야 장수기업이 된다며 친인척 납품을 금지했다. 그룹 집단에는 오너 소유의 별도 개인회사를 두지 않았다. 그는 지주사 주식만 소유했다. 개인회사를 두면 일감을 몰아주는 등 다른 마음이 들 수 있다며 경계했다.

5년 전 그가 모든 것을 잃은 것도 이 같은 우직함 때문이다. 다들 살기 위해 계열 건설사와 저축은행 등 꼬리를 자를 때 오히려 사재를 털었다. 이를 만류하는 측근들에게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자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2011년 서울상호저축은행을 부도처리 하지 않고 예금자 보호를 위해 800억 원을 출연했다. 2009년에는 웅진플레이도시에 703억 원을, 극동건설에 렉스필드 주식 50%(평가액 약 500억 원)를 무상으로 증여했다. 주력 계열사에 직접 투입한 사재가 2000억 원이다. 경영권 보장 등 조건이 없는 출연이었다.

웅진의 법정관리 시절에는 두 아들에게 코웨이 매각대금 약 1000억 원이 들어오자 이를 웅진 채무 변제에 쓰도록 했다. 코웨이를 비롯한 웅진케미칼, 웅진식품 등 알짜 계열사도 처분해 채권자들과 나눴다. 당시 위기 속에 그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난 5년간 삶이 달라졌을 것이다. 실제로 금융위기 때 재계 많은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꼬리를 잘랐다.

윤 회장의 재기가 남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스로 그의 선택이, 경영신념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길이 된다. 신년사를 통해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려는 몰입에서 놀라운 사람의 힘이 발휘된다"는 말로 소회를 밝혔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아직도 열정과 에너지가 넘친다.

그는 막 두 번째 자서전을 탈고했다. 이르면 올 3월 서점에서 자서전을 만날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겪은 파란만장한 드라마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실패와 아픔을 치유하고 정수기 사업 재기를 알리는 의미도 담고 있다. 기적을 만든 '사람의 힘'을 몸소 보여준 윤석금의 제2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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