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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시간이 없다

배장호 M&A부장공개 2018-03-16 08:30:46

이 기사는 2018년 03월 16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타이어는 한때 광주의 자랑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인근에서 가장 큰 사업체여서, 직접 고용 유발효과 뿐 아니라 식당, 유흥 등 소비로 광주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컸다. 금호타이어 때문에 '먹고 사는' 크고 작은 협력사들도 물론 수두룩했다. 광주에선 금호타이어 다니는 총각이 사윗감 1순위였는데, 국내 여느 대기업들과 비교해도 안꿀리는 높은 급여 또한 소속 근로자들에겐 자랑거리였다. 광주에서의 금호타이어는 말하자면 울산에서의 현대차나 포항의 포스코와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그랬던 금호타이어가 지금 '사느냐 죽느냐'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자칫 때를 놓쳤다간 파산을 면키 어렵다. 큰 기업 하나가 망하면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수십 수백개 협력사들이 줄도산하고, 수많은 직간접 종사자들이 생계의 위협에 놓이게 된다. 이런 와중에 금호타이어 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했다. 채권단이 사실상 확정한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철회하라는 게 파업의 구호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더블스타 외에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다고 한다.

이것 참 난감하다. 파산만큼은 막아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한때 글로벌 10대 타이어 메이커였던 금호타이어를 중국에 팔아넘겨야 한다는 사실이 썩 유쾌하진 않다. 실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게 가장 문제다. 금호타이어가 국내 은행들에게 갚아야 할 여신의 상환 기한이 이미 지났지만, 매각 문제와 노사 협의 등 현안 문제 등으로 부도를 유예받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만 양해한다고 될 게 아니다. 이대로라면 수백억원 단위로 만기가 속속 도래하게 되는 회사채, 거래 관계로 생성된 수많은 상사채권들 때문에라도 법정관리는 불가피해보인다.

일단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보단 채권자 권리 보호가 아무래도 우선이다. 요즘엔 '기업회생절차'란 용어를 쓰며 회생에 방점을 더 두려하지만 본질이나 속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회생계획은 채권자와 주주, 경영진과 근로자 모두 희생해야 실행이 가능하다. 이 와중에 인력이든 자산이든 대규모 구조 조정이 불가피할 지 모른다.

뭐가 최선인지 판단이 서지 않지만, 아무튼 시간이 별로 없다. 이런 와중에 지방선거 시즌까지 겹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사안이 더 복잡해질 게 뻔하다. 경제 문제는 경제 논리대로, 원칙에 따라 해결되기를 바란다. 표심에 휘둘려 정치가 잘못 개입했다간, '광주의 자랑'이 훗날 '정권의 오점'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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