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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 폐쇄성에 입다문 금융당국 [thebell desk]

문병선 금융부장공개 2018-03-30 09:48:00

이 기사는 2018년 03월 29일 0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산업은행이 다음달 임기만료되는 사외이사들의 후임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산업은행과 함께 우리나라 양대 국책은행 중 한 곳인 한국수출입은행도 연초 공석이었던 상임감사와 상임이사 인선을 완료, 새로운 이사진을 꾸렸다.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처럼 국책은행도 문재인 정부 들어 거의 처음으로 1기 진용을 갖추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민간은행들과 달리 이들 국책은행의 최고의사결정기구 선정 과정과 새로운 지배구조 구축 과정은 너무나 조용히, 견제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책은행과 달리 지난해부터 시중은행권은 두 감독당국 수장의 거친 발언과 날선 비판에 몸을 사릴 정도로 긴장하는 정국이 이어지는 중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말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회장 선임 절차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셀프연임 논란, 제왕적 지위를 이용한 채용비리 의심 등은 모두 감독당국발 이슈다. 지금도 지배구조 검사를 포함한 감독당국의 각종 검사가 은행권을 흔들고 있고, 표적이 됐던 곳으로 알려진 금융회사는 서슬퍼런 감독당국의 칼끝을 피하려 이리저리 몸을 사릴 정도다.

해당 은행의 반발에도 감독당국의 이러한 견제는 금융회사 조직내 긴장감을 줄 수 있고 특정인의 권력이 무소불위처럼 휘둘려지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다.

국책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더 엄격한 지배구조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견제 가능한 최고의사결정 기구가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곳이다. 지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입은 수조원대 손실을 생각해보면 필요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정부가 임명하고 CEO(최고경영자)를 견제할 사외이사조차 정부가 임명하는 구조에서는 지난 과오가 다시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성동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 등에 대한 여신집행 과정에서 소신있는 사외이사가 단 한명만이라도 있었다면 요즘과 같은 '기업 구조조정의 실패' 사례는 훨씬 줄었을 지 모른다.

수조원의 손실을 입었을 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저마다 혁신안을 내놓았다. 지배구조 혁신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런 혁신안과 요즘 감독당국이 시중은행에 요구하고 있는 지배구조 투명화 방안을 비교하면 '언 발에 오줌누기'식 혁신안일 뿐이었다. '맹목적인 권력의 명령, 그리고 권력을 향한 국책은행장의 충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시스템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시중은행들을 향해 그토록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금융감독당국이 비록 제 살깎기로 보이겠지만 국책은행을 향한 견제구를 던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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