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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금융·제조 계열사 연결고리 최소화되나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제조→금융 출자고리 약화…'과도기' 접어든 금융계열 지배구조

신수아 기자/ 원충희 기자공개 2018-03-30 08:52:43

이 기사는 2018년 03월 29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화함에 따라 금융계열사의 운명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몇 년 사이 그룹 내 핵심 제조 계열사들이 금융 계열사에 대한 출자를 기피해 온 행보를 감안할 때 제조·금융 계열사 사이의 간극은 점차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현대차→기아차→현대글로비스 및 현대제철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 분할과 주식 스왑 등 제조사간 이합집산이 이뤄질 예정이다.

언뜻 보기에 그룹 내 금융계열사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한 발 물러선 듯 보인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체제 전환 대신 지배회사를 통한 수직 계열화를 택하며 금융계열사의 그룹 내 존속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현대차그룹_금융계열사

현재 현대차그룹 산하에는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현대라이프생명, 현대차투자증권 등 총 5개의 금융계열사가 있다. 현대라이프생명(이하 현대라이프)과 현대차투자증권(이하 현대차증권)은 현대모비스가 각각 30.3%, 1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현대커머셜의 지분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나눠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특히 현대모비스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지분도 들고 있어 제조계열사와 유기적으로 엮인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금융계열사의 청사진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제조·금융계열사가 미묘한 간극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몇 년 간 현대차그룹 내 제조계열사는 금융계열사에 대한 출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GE의 현대카드·캐피탈 철수 때다. GE는 지난 2004년 현대차그룹과 합작을 통해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지분을 43.3%, 43%씩 인수했다. 이후 10년의 계약기간이 지나자 지분을 내놓았지만 팔리지 않다. 현대차그룹도 매입하지 않고 2년을 끌었다. GE가 현대차와 계약할 때 풋옵션 조건이 없었던 게 문제였다.

결국 현대차, 기아차가 현대캐피탈 지분 23.3%만 사고 나머지는 특수목적회사를 통해 유동화 했다. 현대카드 지분은 정리가 지지부진하다 결국 현대커머셜이 19% 사고 나머지는 사모펀드들이 인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금력이 충분한 현대차와 기아차가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지분 매입을 사실상 거부하자 시장에서 의아해하는 반응 나왔다"며 "제조계열사와 금융계열사 간 연결고리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현대라이프의 유증을 둘러싼 대주주간 온도차도 이 같은 관측을 가능케 한다. 최근 현대모비스는 현대라이프 유상증자에 불참을 선언했다. 현대모비스는 대만 푸본생명(48%)에 이어 현대라이프 주식을 30% 보유한 2대 주주다. 나머지 20% 지분은 현대커머셜이 쥐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불참으로 현대라이프 주주의 지분율 변화는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현대모비스로 인한 실권주는 푸본생명과 현대커머셜이 나눠 인수하게 된다. 인수비율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향후 푸본생명과 현대커머셜의 지분율이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수준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의 유증 불참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와 무관하지 않다"며 "이번 개편과정에서 현대모비스가 부담해야할 비용은 크지 않은 만큼 자금 사정을 이유로 유증에 불참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금융계열사가 일종의 선긋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5년 푸본생명이 현대라이프에 투자할 당시 현대모비스는 보유하고 있던 현대라이프 지분에 대해 전량 손상차손으로 인식한 바 있다. 당시 손상차손금액은 2814억원이었다.

이와 달리 현대커머셜을 중심으로 금융계열사 간 연결고리는 강화되는 추세다. 앞서 GE가 내놓은 현대카드의 지분 일부를 매입한 주체는 현대커머셜이었다. 또한 현대라이프의 실권주를 추가 인수하게 되면 현대커머셜은 현대라이프의 2대주주로 올라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차 금융계열사를 담당하는 정태영 부회장(16.67%), 정명이 부문장(33.33%) 부부가 지분 50%를 갖고 있는 회사로 규모는 작지만 지배구조 측면에서 중요성이 크다. 정태영 부회장 일가가 현대차그룹에서 유일하게 지분참여를 하고 있는 금융계열사이기도 하다.

이번 개편에 포스트 정몽구 체제를 겨냥해 정의선·정태영(정명이)의 독자노선을 고려한 행보도 반영됐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현대차그룹 후계 승계시 정태영 부회장에게 금융계열사를 맡길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주를 이뤄왔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제조계열사 중심으로 1차적인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금융계열사를 둘러싼 지배구조 역시 과도기"라며 "수면 아래 놓인 금융계열사 내에서도 긴장감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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