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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로봇, 밀레와 동거 '최대주주 내주고 경영권 유지' [중소형 가전사 경영분석]②신경철 창업자, 경영 유지하고 '밀레 영업·품질력' 시너지 노려

서은내 기자공개 2018-04-17 13:01:00

[편집자주]

생활가전 산업은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고착화돼 있다. 하지만 틈새수요를 파고들며 가전 시장을 키우는 소형 가전사들의 위상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독특한 아이디어와 아이템으로 한국판 '다이슨'을 꿈꾸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도 주목하는 중소형가전업체들의 경영 상황을 짚어보며 업계의 변화상을 함께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6일 10: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진로봇은 지난해 말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신경철 유진로봇 대표 대신 독일 프리미엄 가전업체 밀레가 최대 지분을 확보했다. 현 지배구조상 유진로봇 바로 위에는 지난해 설립된 유한회사 '시만'이 놓였다. 밀레는 시만 지분 60.7%를 소유한다.

신 대표의 경영권에 변동은 없다. 기존 경영체제는 그대로다. 지분구조상 최대주주는 밀레이지만 신 대표도 유진로봇 지분을 시만에 현물출자하며 시만의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또 신 대표는 시만의 대표이사도 맡았다.

신 대표는 국내 로봇개발 1세대 인물로, 30년 전 유진로보틱스(현 유진로봇)을 창업한 후 산업용로봇부터 서비스로봇까지 기술·제품개발에 매진해왔다.

◇'시만' 중심 지배구조는 기존 경영권 유지 위한 장치

유진로봇이 밀레를 오너로 맞이하며 현재의 지배구조를 만든 과정은 꽤 복잡했다. 유진로봇과 밀레의 협력 경영을 위해 등장한 회사가 시만이다. 시만이 유진로봇을 지배하고, 시만의 지분을 밀레와 신 대표가 6대 4로 나눠 갖는 형태다. 밀레는 해외법인들의 지주사인 이만토아게(Imanto AG)와 시만을 통해 유진로봇 지분 12.4%도 추가로 가지고 있다.

처음 밀레가 유진로봇에 지분투자한 건 지난 2014년이다. 지난해 말 유진로봇 유상증자에 시만과 이만토아게가 참여했으며 이 과정에서 유진로봇은 520억 원 자금을 유치했다.

시만 중심 유진로봇의 지배구조를 통해 유진로봇과 밀레는 시너지 극대화 전략을 노렸다. 유진로봇과 밀레는 회사간 협력관계를 단순 투자로 그치지 않고 장기간 깊은 수준으로 지속시킬 수 있는 최적의 구조를 꾸렸다.

박성주 유진로봇 부사장(CTO)은 "밀레가 유진로봇에 투자한 것은 유진이 보유한 로봇개발 원천기술력 때문이며 이는 결국 사람"이라고 전했다. 또 "현 지배구조는 유진로봇 기존 임직원 체제와 경영권을 보장해줌으로써 회사 색깔을 보존한채 성장할 수 있게하는 장치라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유진로봇은 밀레와 함께 전문 컨설팅을 받아가며 수차례 브레인스토밍을 거쳤다. 양사 협력 구조를 짤 때 어느 한쪽이 절대적인 지분을 소유하면 기술공유 또는 시장에 대한 정보 공유가 어렵다는 판단도 깔렸다. 소수지분인 쪽은 경영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 개진도 어렵다는 점도 감안했다.

유진로봇 지배구조도
*2017년 말 기준

◇실내 GPS·삼차원 라이다…로봇 핵심 기술 상용화 목전

유진이 밀레와 관계를 맺은 건 6년전 밀레에 ODM으로 로봇청소기를 공급하게되면서부터다. 박 부사장은 "유진 청소로봇 출시 후 기술력이 알려지면서 다수의 글로벌 유명 가전사들이 투자협력을 제의했다"며 "밀레도 그때 유진의 로봇기술력을 보고 함께 일하고 싶어했다"고 회상했다.

밀레는 밀레가문과 진칸가문이 합작해 130년간 협력 경영 체제를 이어온 회사다. 기술부문 회장과 경영관리부문 회장이 분리돼 있으며 이들과 전문경영인 3인이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유진은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품질력을 중시하는 밀레의 특성과 경영 구조를 볼 때 유진과 가장 시너지를 내기 적합한 회사라고 판단했다. 밀레 역시 몇몇 로봇 기술업체를 찾던 중 유진을 낙점했다.

박 부사장은 "밀레는 제품에 대한 품질력을 기반으로 전세계 사용자, 시장 정보와 영업망을 갖춘 대신 유진로봇은 로봇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 두가지가 맞아떨어지면 최고의 시너지를 내겠다고 예상했다"면서 "현재까지 밀레와의 협력은 아주 성공적"이라고 밝혔다.

유진로봇이 보유 기술 중 최고로 꼽는 것은 크게 3가지다. 로봇이 현재 위치를 인식하는 기술과 특정 장소를 스스로 찾아가는 실내 GPS 기술, 또 두 개의 카메라를 활용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삼차원 라이다 기술이다. 박 부사장은 이를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 기술'이라고 표현했다. 이 기술들은 지난해 말 밀레와 함께 출시한 청소로봇 'RX2'에 들어가있다.

◇"자율주행 공기청정기·병원물자수송로봇으로 새로운 가치 창출"

유진로봇은 핵심기술을 기반으로 밀레와 사업 확장 로드맵을 구상 중이다. 청소로봇과 물류로봇, 4차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핵심 부품사업이 3대 축이다.

청소로봇의 경우 가정용 로봇청소기뿐 아니라 공장, 공항, 사무실 등 넓은 공간용 제품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또 가전에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시키면 어떤 제품이든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박 부사장은 "공기청정기가 공기질을 측정해 청정이 필요한 곳을 찾아 집안을 스스로 돌아다니게 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며 "다양한 사업 플레이어들과 협력하며 새 가치 창출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물류배송로봇도 성장성이 밝다.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물류로봇 시장은 3년 뒤 현 수준의 약 3배인 2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로봇은 올초부터 을지대병원에 자율주행로봇 '고카트'를 배치했다. 유진로봇은 약, 진단시료, 혈액, 수액, 환자복 등 엄청난 물류이동이 필요한 병원을 타겟으로 로봇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호텔, 공항, 공장 등으로도 진출을 꾀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올해 유진의 과거 기술개발 투자가 매출로 연결되는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부사장은 "120명 직원 중 절반이 연구원인만큼 인력의 절반은 모두 투자활동에 투입되고 있는 셈"이라며 "이제 핵심 기술들이 상용화 준비를 마쳤고 생산 케파도 이전의 3배로 확장한 상황이어서 전년 대비 매출 성장과 흑자전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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