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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해외 공유차 투자…"1년 전 했더라면" 작년 초 투자기회 놓친 'GRAB', 기업가치 두 배로

민경문 기자공개 2018-04-19 11:26:00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6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동남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GRAB)' 지분을 매입해 주목을 받고 있는 SK그룹이 1년 전에도 같은 제안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랩의 기업가치가 그 동안 두 배 가까이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박자 뒤쳐진 의사 결정으로도 비쳐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딜 역시 내부 반대가 없진 않았지만 최태원 회장이 직접 나서 거래가 성사됐다는 분석이다.

SK㈜는 최근 동남아시아의 1위 차량공유 업체인 그랩 투자를 단행했다. 유상증자 형태로 약 5% 지분을 사들였다. 그랩 기업가치를 5~6조 원으로 계산해 3000억 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SK㈜ 관계자는 "그랩이 진행중인 20억 달러 자금 유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디디추싱과 일본 소프트뱅크는 이미 작년 7월 그랩에 2조 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SK의 이번 투자는 기존 사업군과의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아 보인다. 차량 공유제는 자율주행, 주차장, 주유소의 활용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 관계자는 "공유 차량 운전자에 대한 리베이트 이슈, 마진 경쟁 등이 투자 위험 요소로 지목돼 왔다"며 "그랩의 점유율은 90%를 넘어가는 만큼 수수료 인상 등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같은 시기 디디추싱에 투자한 미래에셋그룹과도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대우를 주축으로 2800억 원의 사모펀드(PEF)를 만들어 디디추싱 지분 0.5%를 매입했다. 디디추싱의 기업가치가 50조 원이 넘게 책정된 만큼 미래에셋 측이 가져가는 주식은 그랩에 비해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SK그룹 내부적으로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이미 작년 초 그랩으로부터 투자 제안이 있었지만 이를 거절했다. 당시 그랩의 기업가치가 지금보다 절반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훨씬 높은 지분율을 가져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랩 이사회 자리 역시 일부를 보장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시장 관계자는 "당시에는 그랩을 포함한 현지 차량 공유 사업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고 내부 반대 등으로 최태원 회장까지 보고가 올라가지도 못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 부회장이 주도하는 모빌리티(이동수단) 비즈니스가 전면에 부상하기도 전의 일이었다.

이번 SK의 그랩 투자 역시 내부 이견이 있었지만 최 회장이 주도해서 의사결정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싱가포르에 이어 올해 초 다보스 포럼에서도 그랩 창업자 앤서니 탄 대표를 직접 만났던 최 회장이었다. 올해 2월 말레이시아에서는 SK그룹 경영진을 불러서 글로벌 회의를 진행할 정도로 차량 공유 사업에 대한 열의를 감추지 않았다.

그랩은 2012년 설립, 현재 동남아시아 차량 호출 서비스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8개국 168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등록 운전자 수 230만명, 일 평균 이용건수는 350만 건에 달한다. 차량호출서비스의 원조격인 우버는 그랩에 밀려 동남아 시장에서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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