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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 재판, '민간기업 재량·은행장 권한' 열띤 변론 [은행 채용비리 논란]16일 2차 기일, 피고인 측 다방면 주장…대법원 판례 주목

김장환 기자공개 2018-04-17 08:42:13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6일 18:0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중은행은 순수 민간기업인가 아니면 공적인 영역에 무게 중심을 둬야 하는 기업일까. 행원 채용 과정에 은행장의 재량권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6명의 전현직 임직원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소위 채용비리 업무방해 혐의 재판은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번째 공판 기일에서 이 전 행장 등 피고인 6명과 변호인들은 이와 관련된 주장을 적극 펼쳤다.

16일 오후 3시 40분, 서울북부지방법원 법정동 301호에서 이 전 행장 등 우리은행 전현직 임직원 6명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 2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자리는 지난번 검찰의 공소사실 인정 심문에 이어 피고인과 변호인들이 직접 검찰 측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진술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피고인은 이광구 전 행장을 비롯해 A·B 전 부문장, C 부장, D 팀장, E 지점장 등이다.

가장 먼저 발언을 시작한 이 전 행장 측 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인은 검찰이 기소한 '업무방해'가 적법하지 않다는데 초점을 맞춘 진술을 내놨다. 행장이 면접관에게 특정 인물을 "한 번 더 기회를 줘봐라"고 말했다고 해서 '우리은행이란 법인' 자체의 업무를 방해한 게 아니라는 취지였다.

우선 검찰 측 주장은 이 전 행장과 이들 피고인들이 금감원 전 임원, 국정원 전 임원,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전 위원, 우리은행 전 지점장 등 다양한 인물들의 자제 혹은 지인을 합격시키는데 '위계에 의한' 힘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지목한 채용비리 대상자만 수십명에 달한다. 이로 인해 우리은행의 업무에 지장이 빚어졌으니 업무방해 혐의란 주장이다.

이 전 행장 측 변호인은 이를 두고 "공소사실에는 마치 우리은행을 속인 것처럼 돼 있지만 기본적으로 (검찰이 주장한) 법인이라 하면 위계로 속이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서류전형과 1차 면접, 2차 면접까지 채용팀에서 올렸던 합격자와 관련해 기회를 주라고 한 것은 최종 결제권자로서 은행장이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한 마디로 채용 자체는 행장이 최종 재가권을 갖고 있는 고유 권한인데 이런 방식으로 합격한 인사들을 두고 업무방해 혐의를 행장에게 적용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주장이다.

A 전 부문장 측은 검찰이 적발했던 총 네 건의 혐의 중 두 건은 불기소, 나머지는 기소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에 따르면 A 전 부문장은 합격 추천자의 서류에 별도의 표식을 남겼다. A 전 부문장을 이를 두고 "외부 추천자가 있으니 잘 챙겨보라는 의미였을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 전 부문장 측 변호인은 "단순한 메모 전달 행위가 피고인이 피추천인 능력과 실력을 알지 못하고 한 행위인데 어떤 행위는 죄가 되고 어떤 경우는 죄가 안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법의 정당함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펼쳤다.

E 지점장 측 변호인은 이번 사안을 두고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집중 거론됐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다름 아닌 우리은행은 '사기업'이란 점이었다. 우리은행은 원칙적으로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기업과는 채용 성질을 달리한다는 게 E 지점장 측 주장이었다. 민간기업은 최고경영진이 채용에서 광범위한 재량권을 갖고 있다. 결국 E 지점장 측은 이번 사건은 채용비리라고 접근한, 가장 기본적인 공소 사실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을 펼친 셈이다.

대법원 판례를 볼 때 이번 채용비리 의혹을 업무방해 혐의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이날 나왔다. D 팀장 측 변호인은 "대법원 판례가 얘기하듯이 업무방해 혐의가 성립되려면 위계가 필요하다"며 "우리은행의 이익을 위해 은행장이 일정 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채용자 추천은) 최소한의 양해가 되는 면책이 되는 사안이라고 법적으로 주장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대법원은 시험점수 조작 등이 이뤄져 합격자를 배출한 게 사실이라면 업무방해가 가능하다는 판례를 내놓은 바 있다. 2010년 수협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 발생했던 사안을 두고 나왔던 결과로, 몇 해전 대법원은 필기시험 채점 담당자들이 조합장 지시에 따라 점수를 조작해 행원을 합격시킨 것이 사실인 만큼 피고인들에 대한 검찰의 업무방해 기소 혐의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따라서 이 전 행장 등 피고인들이 합격 대상자들의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사실이 있다면 이번 재판 역시 불리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 전 행장 등 피고인들은 이를 두고 서류와 면접 등 과정에 점수 조작이 없었다는 점을 적극 주장했다. 실제 검찰의 기소 의견을 보면 이 전 행장 등 피고들이 합격자를 추천한 사실은 적시가 됐지만 합격 점수를 조작했다는 혐의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재판부는 내달 말 세 번째 기일을 가진 뒤 본격적인 재판에 돌입하겠다고 알렸다. 다음 기일에는 검찰과 피고들의 어떤 증인을 신청할지 여부 등이 결정될 전망이다. 검찰 측은 적어도 10명 이상의 증인을 불러들이겠다는 입장이어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은 은행권 전반이 최근 걸려 있는 채용비리 혐의가 어떤 방향으로 튀게될지 가늠해볼 수 있는 사안이어서 그만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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