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피플&오피니언

해프닝으로 끝난 동진섬유 M&A [thebell note]

박제언 기자공개 2018-04-20 09:16:44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7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진섬유는 업력이 50년된 신발섬유 제조기업이다. 부산 향토기업으로 신발산업의 산 역사나 다름없다. 긴 역사만큼 우수한 기술력으로 세계적인 신발 브랜드들의 파트너가 되기도 했다.

동진섬유는 한 달 전부터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거론됐다. 처음에는 경영권 지분 매각 절차를 밟는다는 소문이 났다. 거래가격만 8000억원정도의 대형 딜. 하지만 이내 소수지분 투자유치까지 고려한다고 바뀌었다. 그러다 최근에는 기업공개(IPO)로 방향을 틀기도 했다. 최대주주의 마음이 오락가락했다는 증거다.

실적이 꺾이지도, 산업 전망이 나쁘지도 않았다. 동진섬유는 한 해 1400억원 가까운 매출에 300억원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곳이다. 최대주주인 최우철 대표는 창업주의 아들로, 2세 경영인이다. 회사를 물려받은 지 올해로 14년째다. 그 기간동안 큰 어려움없이 회사는 성장해왔다. 최 대표의 아들도 2016년 경진섬유라는 곳을 설립해 가업을 이어받은 상황이었다. 경진섬유는 지난해 실적으로 올해 134억원을 배당할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다.

동진섬유도 2001년부터 한 두 해를 제외하곤 매년 주주에게 현금배당을 했다. 2011년부터 전체 배당금 규모가 20억원을 넘더니 2016년부터는 70억원씩 배당하고 있다. 순이익이 늘어난 덕분이다. 최우철 대표의 지분율이 36.94%인 점을 고려하면 2016년부터 받은 배당액만 세전 50억원이상이나 된다.

겉으로 볼 땐 경영권 매각을 할 이유가 없었다. 유동성 현금자산도 500억원 넘게 있어 투자유치가 급한 것도 아니었다. 당최 알기 힘든 게 오너(owner)들의 마음이다. 단 짚이는 일은 있다. 연초 동종사업을 하던 유영산업이 VIG파트너스에 매각된 건이다. 이 일이 최우철 대표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결국 최 대표는 한 달만에 직원들에게 발표했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거래처에도 알렸다. 회사의 매각도, 투자유치도, 상장도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라고 한다. 없었던 일로 돌리고 다시 기존 체제로 경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매각이나 투자유치가 알려진 게 오너로서는 곤혹스러웠을 테다. 조용하게 일처리를 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당분간 수면 아래로 잠겨있을 듯하다. 그럼에도 동진섬유가 M&A 시장에 등장했던 건이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지 지켜볼 일이다. 한 번 나왔던 매물은 언젠가 다시 나오는 게 M&A시장의 전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