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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평 노사의 '불편한 동거' [thebell note]

민경문 기자공개 2018-05-16 14:55:01

이 기사는 2018년 05월 14일 08:2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년 전 국내 증권사들의 춘궁기는 극심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취임 2년도 안된 김기범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사장의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계약직 전환과 퇴직연금 누진제 폐지 등으로 비용 절감에 나섰다. 다른 증권사와 비교하면 그나마 직원들과의 갈등을 최소화한 편이었다.

한국기업평가 사장 직함을 단 건 지난해부터였다. 등급 쇼핑 등으로 금융당국의 중징계 방침을 받은 이후다. 신용평가사를 둘러싼 여론은 악화일로였다. 증권맨 출신 CEO가 어떻게 분위기를 쇄신할 지가 관심거리였다. 내부에선 김 사장을 두고 '칼잡이'가 온 것 아니냐며 수근댔다.

잠잠하던 회사는 올해 초 본부장급 인사 4명이 해임되면서 바뀌었다. 6급 연구원제, 단일 호봉제 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실장급들의 숫자도 줄여나갔다. 일부는 노조 탈퇴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까지는 아니지만 공통 분모는 비용 절감이었다.

'콧대 높은' 연구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일부는 "신평사를 대형 증권사 경영하듯이 한다"며 볼멘 소리를 냈다. 김 사장이 부서별 직접 소통을 통해 진화에 나섰지만 역효과를 초래할 뿐이었다. 수십억 원이 들어갈 IT 시스템 투자의 효용성을 문제삼는 이도 적지 않았다.

한기평의 낙후된 IT 환경은 꾸준히 제기돼 왔던 이슈였다. 김 사장은 IT 투자를 위해 최대주주 피치(fitch)와 협상을 진행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한쪽으론 인건비를 감축하면서 성과가 불확실한 투자를 단행하는 데 반발하는 모양새다. 물론 이를 아낀다고 급여 혜택을 받거나 배당이 줄어들다는 보장은 없었다.

노사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지금과 같은 '빅3' 체제에서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제4 신평사가 등장하지 않는 한 안정적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다. 신평사가 사기업인데도 여타 금융회사의 부러운 시선을 받고 있는 이유다. 평균 연봉 1억원대의 한기평 직원들은 '변화'가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신용평가업이 '파이'가 커지는 시장도 아니다. 경영진으로선 볼륨을 키울 수 없으니 인건비 절감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수익성 개선이 곧 성과 지표다. 비슷한 시기 희망퇴직을 단행한 한국신용평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NICE그룹은 아예 신평사 매각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평사 CEO로 이제 1년을 보낸 김기범 사장에게도 많은 걸 기대하긴 어렵지 않을까. 리스크를 안고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도 위험 부담이 크다. 배당 확대를 노리고 자회사(이크레더블) 지분 투자를 늘린 게 전부다. 김 사장의 남은 임기 2년이 험난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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