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5월 15일 0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뒤지고 있어도 '홈런 타자'가 나오면 관중은 설렌다. 단 한 번의 타석에서 팀의 승패를 좌우하는 게임 체인저. 게임 결과를 뒤바꾸는 이 1명을 모두가 숨을 죽이고 지켜본다.아쉽게도 샐러리맨 대다수는 '히어로'와 거리가 멀다. 한 사람이 탁월하게 여럿 몫을 해내는 직종은 매우 드물다. 수많은 조직에서 어떤 자리라도 손쉽게 대체자를 찾을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IB업계엔 대체 자원이 없는 홈런 타자가 있다.
올 들어 한 증권사의 DCM(부채자본시장) 파트가 몰락했다. 중소형 규모이지만 유독 LG그룹 딜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 증권사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은 연간 3조원 안팎의 회사채를 찍는다. 이 증권사는 LG 딜 순위에서 상위권을 지키며 수천억원의 회사채를 주관해 왔다.
올해도 LG그룹은 이미 조 단위의 회사채를 찍어냈다. LG상사를 시작으로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 CNS 등이 발행 릴레이를 벌였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주관사 명단에서 이 증권사를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말을 전후해 DCM 파트의 핵심 인력이 모두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서류 작업을 이어갈 사람이 없어 잠시 업무 공백이 생긴 것일까. IB업계도, 회사 내부에서도 비관적 시각이 우세하다. 앞으로 DCM 조직에 다른 인력을 배치해도 예전처럼 LG 회사채를 끌어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LG그룹과의 네트워크는 작은 증권사가 아닌 IB 개개인과 연결돼 있던 셈이다.
지난해 이 증권사가 DCM 사업으로 거둔 영업수익은 50억원 수준이다. 물론 LG그룹의 물량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DCM 조직이 크지 않았던 만큼 1인당 수익성은 수억원 수준을 훌쩍 넘었을 것이다. 향후 DCM 파트가 개별 조직으로서 명맥을 유지할지도 미지수다. 지난해부터 IB 강화에 초점을 맞춘 만큼 더 뼈아픈 결과다.
사실 이 증권사는 단숨에 몸집을 키우려고 M&A(인수합병)를 꾸준히 노려왔다. 회사 내부에선 올 들어 DCM 파트를 비롯해 퇴사한 인력이 적지 않다고 한다. 외형 확대도 좋지만 홈런 타자를 지키는 내실을 갖추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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