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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운용, 또 바뀌는 주인...조직도 영업도 '흔들' [지배구조 분석] ①DGB금융, 재매각 가능성 높아..자산감소 추세, 저수익자산 의존도심화

이승우 기자공개 2018-05-25 09:51:21

[편집자주]

자산운용사는 고객의 돈을 굴려주고 그 대가로 수익을 내는 금융회사다. 하지만 실제 자금을 집행하기까지 어떻게 의사결정이 이뤄지는지, 그 과정과 체계에 대한 정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자산운용사 업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사회 구성과 주요 주주 등 지배구조에 대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5월 16일 14: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와 현대중공업 그룹에 이어 DGB금융그룹(감독당국 인수승인은 대기상태)까지가 그동안 하이자산운용의 주인이었고 또 주인이 될 곳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DGB금융그룹의 하이자산운용 인수 승인이 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다시 매각설이 불거지고 있다. 유력 후보까지 거론되면서 매각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주인이 수차례 바뀌는 동안 조직도 그리고 영업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잉크도 안 말랐는데..주인 또 바뀌나

지난 1999년 제일투자신탁운용으로 시작된 하이자산운용은 대부분 대기업들이 주인이었다. CJ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라는 제조업 기반 재벌그룹에서 모회사 하이투자증권과 함께 하이자산운용이 금융사업을 벌여 왔다.

하이자산운용은 설립 20여년만에 급격한 정체성 변화를 앞두고 있다. 제조업이 아닌 금융그룹 계열사 편입이 예고됐다. 물론 아직 당국의 승인이 나지 않아 주요주주는 하이투자증권(92.4%)과 현대미포조선(7.6%)이지만 DGB금융그룹과의 지분 인수도 계약은 완료된 상태다.

하이자산운용 연혁

문제는 계약서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황에서 재매각설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새 주인이 될 DGB금융그룹에는 이미 자산운용 계열사가 있다. DGB금융은 지난 2016년 LS자산운용(현 DGB자산운용)을 인수했다.

하이자산운용 매각은 박인규 전 DGB금융그룹 회장의 사퇴로 'CEO 리스크'가 사라지게 되면서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조만간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가시화하고 있다. DGB금융은 지난해말 금융감독원에 하이투자증권의 자회사 편입 승인 심사를 신청했지만 대주주의 적격성 문제를 이유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금융권 안팎에선 DGB금융이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마무리하고 나면 자회사인 하이자산운용을 매각하는 것을 수순으로 보고 있다. DGB금융 측도 이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지 않는 눈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증권을 인수한 이후 현대자산운용을 매각한 KB금융과 같은 선택을 DGB금융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도 있다. 바로 우리은행. 민간에 매각된 이후 지주회사 전환을 꿈꾸면서 운용사 인수 의지를 공공연하게 내비치고 있는 곳이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산운용사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잠재적 매물을 두루 살펴보고 있다"며 "하이자산운용 역시 그 대상이며 향후 매각이 본격화되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흔들리는 조직.."금융그룹 편입, 나쁘지 않아"

문제는 손바뀜이 자주 일어나게 되면서, 직원들도 그리고 영업도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수년전부터 하이자산운용의 영업구조는 기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산운용사 영업의 핵심인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고 수익성이 낮은 단기 부동자금 성격이 강한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으로 버티고 있다는 것.

올 3월말 하이자산운용의 펀드 설정잔액은 7조6000억원이고 일임자산(계약기준)이1조6000억원으로 총 운용자산은 9조2000억원이다. 작년말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지난 2016년 하반기 이후 줄어들고 있는 운용자산 감소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지난 2016년말과 비교하면 하이자산운용의 총 운용자산은 3조원 가량 줄었다. 게다가 MMF 잔액이 2조원에 육박, 수익성이 높은 자산 비중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하이자산운용은 대체투자와 대안투자 등에 대한 차별화된 펀드들이 많으나 최근 존재감이 사라지면서 결국 법인 채권자금이나 MMF 자금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업 확대에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이자산운용은 지난 2010년 개소한 상하이 사무소를 올해 폐쇄했다. 새 주인을 맞기 전 몸집을 불려 놓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하이자산운용 내부에서는 DGB금융이든 우리은행이든 금융그룹 계열사 편입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제조업 기반 그룹과 달리 금융그룹 계열사로 편입될 경우 운용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제조업 기반의 그룹 운용사로 있다보니 금융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 면이 있었을 것"이라며 "DGB가 되든 우리은행이 되든 금융그룹 편입을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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