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평가 때 '20점 감점'? 기업 불신 이유있네 항목별 배점기준, 추상적이고 모호…자의적 평가 가능
안경주 기자공개 2018-05-18 08:52:27
이 기사는 2018년 05월 17일 1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평판위험을 주채무계열 재무구조평가 항목에 포함한 것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정성(비재무)부문 평가기준이 대부분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기술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채권은행의 자의적 평가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특히 올해부터 정성평가에서 최대 20여점이 감점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00점 만점의 정량(재무)평가와 정성평가를 합산해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 기업을 선정한다. 이를 감안하면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 기업 여부는 정성평가 결과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은 해마다 전체 금융권 신용공여의 0.075%(올해의 경우 1조5166억원) 이상을 차지하는 대기업 집단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한다. 이 가운데 부채비율이 높고 수익성이 낮은 대기업집단에 대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도록 하는 약정을 맺는다.
주채무계열 선정은 법률이 아닌 행정규칙인 '은행업감독규정'과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 근거하고 있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은 행정규칙에 근거해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만든 '주채무계열 재무구조개선 운영준칙'에 따라 체결한다.
그동안 금융당국이나 채권은행은 '주채무계열 재무구조개선 운영준칙'에 나와있는 평가항목과 기준 등을 비공개로 하면서 혼란을 부추겨 왔다. 특히 객관적 수치로 나타나는 정량평가와 달리 정성평가는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기업 선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구체적인 항목과 평가근거 등은 거의 알려지지 않아 논란의 대상이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기업으로 선정되면 수익성이 좋은 영업용 자산을 매각하도록 요구하는 등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정성평가 점수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자의적 평가가 가능하다고 알고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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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벨이 입수한 '주채무계열 재무구조개선 운영준칙'에 따르면 정성평가 항목은 △지배구조위험 △산업 및 재무항목의 특수성 △영업실적 추이 및 전망 △재무적 융통성 △우발채무위험 △해외 및 금융 계열사의 영업 및 재무상태 △기타 고려사항 등 7개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항목별 배점 기준이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기술돼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재무적 융통성과 관련한 평가항목 배점표를 보면 '장단기 자금수요에 적정하게 대응된 자금조달구조를 지니고 있어 Cash Flow가 악화될 경우에 대처능력 탁월'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경영권 분쟁 경험이 없고 분쟁소지가 없음' 혹은 '사소한 경영권 마찰 경험은 있으나 현재 안정적' 등 불명확한 요소들이 담겨있다.
특히 배점표 내 기술된 내용에는 '사소한', '매우불리', '매우유리', '합리성', '잠재적 위험' 등과 같이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용어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채권은행의 자의적 평가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점도 정성평가 항목별로 최대 마이너스(-)5~5점 사이에서 가감점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정성평가 전체로 보면 최대 -17~17점까지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올해 주채무계열 재무구조 평가부터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 위법행위와 도덕적 일탈행위 뿐만 아니라 일감몰아주기 등 공정거래법 위반과 분식회계 등도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지배구조위험 항목의 경우 '지배구조 및 평판위험'으로 바꾸고 종전 -2~2점까지 가감점을 주던 방식에서 최대 -4점까지 감점만 적용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를 감안하면 최악의 경우 기업들은 정성평가에서만 최대 21점의 감점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이 주채무계열을 평가하는 재무구조 평가의 경우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기준점수가 높게 책정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계열의 부채비율이 190%면 기준점수는 40점, 부채비율이 270%면 기준점수는 60점이 된다. 기준점수 보다 평가점수가 낮으면 구조조정 대상이 되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더 높은 평가점수를 받아야 한다. 평가점수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 점수를 합산한 값이다.
결국 정성평가에서 최대한 감점을 받지 않아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피할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통상 재무구조 평가에서 2~3점 차이로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의적 평가 가능성이 높은 정성평가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기업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재무구조 평가 과정에서 서면·진술 등 기업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이러한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미지수"라며 "정성평가와 관련 불분명한 기준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채권은행들도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정성평가는 항목별로 주요 내용을 검토해 점수로 계량화하고 있다"며 "항목별 평가시 점수 산정의 근거를 반드시 첨부해야 하는 만큼 자의적 평가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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