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5월 18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벤처기업들이 3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40% 미만. 10곳 중 6곳은 3년 내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금융벤처로 불리는 헤지펀드(전문 사모) 운용업계는 어떨까.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헤지펀드 운용사 진입 문턱을 낮춘 지 3년차를 맞았다. 금융벤처를 꿈꾸며 출사표를 던진 운용사만 100여곳, 수십조원의 뭉칫돈이 시장에 유입됐다.
타임폴리오운용과 같은 '거물급 스타'도 탄생했다. 타임폴리오운용은 지난해 기준 순이익 300억원대를 달성했다. 미래에셋·KB·한화·삼성운용 뒤를 잇는 성과다. 전문 사모 운용사도 대형 종합자산운용사 못지 않은 실적을 거둘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고작 2조원의 수탁고로 수십, 수백조원을 굴리는 곳들과 견줄 정도의 성과를 냈으니, 금융벤처의 성공 케이스로 평가받을만 하다. 펀드 수익을 올린만큼 투자자와 공유하는 성과보수가 실적의 원천이다. 운용사와 투자자 간 '윈윈(Win-Win)' 전략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셈이다.
이밖에 라임운용, DS운용, 헤이스팅스운용, 플랫폼파트너스운용 등 라이징 스타들도 제법 그럴싸한 골격을 갖추며 성장하는 모양새다. 각자의 운용역량을 무기로 투자자들과 유대관계를 맺으며 생존방식을 익히고 있다.
양적 규모를 확대하고 금융벤처들이 속속 업계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면 헤지펀드 시장 문호를 개방한 것이 외형상으로는 꽤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질적 성장을 이뤘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업계 모두가 물음표를 붙인다.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성적표를 들여다 보면 세간의 평가가 수긍이 간다. 여전히 절반 이상이 적자, 500억원의 자금도 모집하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영업적 측면에서의 부진은 이해할 수준이다. 대주주의 전횡, 경영진과 펀드매니저 간 갈등, 심지어 횡령사건까지, 고객 돈을 굴리는 운용사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이다.
금융당국은 부실운용사를 걸러낼 시기가 왔다며 칼을 빼들 준비를 하고 있다. 적자폭이 크고 자본금 요건에 미달하는 운용사 등을 중심으로 부실 여부를 검토해 퇴출시키겠다는 것. 결국 헤지펀드 운용업계도 절반의 성공만 이뤘다고 볼 수 있다.
불량한 중소 제조업체의 상품은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금융상품의 실패는 오랜 상처를 남긴다. 일반적인 벤처기업과 다르게 금융벤처의 실패가 긴 트라우마를 남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투자자 피해를 야기하는 것은 물론 업계 신뢰도를 저하시킨다. 헤지펀드 운용업계가 절반의 성공을 이뤘음에도 불안해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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