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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10년 만에 토목전문가 CEO 유력 김형 전 포스코건설 부사장…당면 과제, 해외부실사업장 정상화

이상균 기자공개 2018-05-23 08:15:04

이 기사는 2018년 05월 21일 09: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권토중래를 노리는 대우건설의 선택은 토목과 해외사업 전문가였다. 대우건설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지난 18일 김형 전 포스코건설 부사장(사진)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당초 사추위에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장이 포함되면서 주택사업 경험자가 유리한 것이란 전망을 보기 좋게 뒤집은 것이다. 김 전 부사장은 이번 대우건설 CEO 경쟁 초기에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인물이었지만 막판 뒷심을 발휘하면서 최종 승자로 낙점을 받았다.

김형
김 전 부사장의 경력은 대부분 해외와 토목사업에 집중돼 있다. 첫 직장인 현대건설 시절부터 해외 토목사업 전문가로 명성을 떨쳤다. 스리랑카 역사상 최대 규모인 콜롬보항 확장공사의 현장소장(상무)을 맡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삼성물산에서는 시빌사업부문 부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이후 포스코건설로 이동해 토목사업을 맡았지만 2년 만에 회사를 떠났다.

토목과 해외사업 전문가가 대우건설 CEO로 부임한 것은 박창규 전 사장 이후 10년 만이다. 박 전 사장은 1977년 대우건설에 입사한 공채 1기 출신이다. 2006년 사장에 취임해 2008년 퇴임했다. 약 30년간 토목과 해외영업을 맡아온 전문가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박 전 사장 퇴임 이후 부임한 사장들은 대부분 사무관리직과 주택사업 출신"이라며 "김 전 부사장은 대우건설 입장에서도 오랜만에 맞이하는 현장 출신 CEO"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CEO로 유력한 김 전 부사장의 향후 당면 과제는 해외사업 정상화에 있다. 대우건설은 2016년 사우디 자잔과 알제리 RDPP 플랜트현장에서 7000억원 이상의 영업 손실이 발생한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에서 30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봤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해외 부실 탓에 대우건설은 주식시장에서도 찬밥 신세다. 북한발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 주식이 상종가를 치는 반면, 대우건설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해외부실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김 전 부사장의 성공뿐 아니라 실패 스토리에도 주목해 그를 대우건설 CEO로 낙점했다는 평이 나온다. 김 전 부사장은 삼성물산 근무 시절, 베트남 항만공사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를 책임지고 회사를 떠났다. 삼성물산에게 거액의 손실을 안긴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도 김 전 부사장이 간접적으로 관여했던 프로젝트다.

이번에 김 전 부사장과 끝까지 경쟁을 벌인 이석 전 삼성물산 부사장이 맡았던 사업으로 당시 김 전 부사장은 이 전 부사장의 직속 상사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김 전 부사장이 해외사업에서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했다는 점은 대우건설의 해외부실 정상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김 전 부사장이 토목 전문가라는 점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있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인프라 사업 발주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이미 남북 경협사업 수주를 노리고 관련 TF를 꾸리고 있다.

건설 산업의 변화를 고려해 토목과 해외 전문가를 앉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대형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올해 1분기 기준 대우건설의 사업별 매출 비중은 주택건축 58%, 플랜트 23.5%, 토목 15.4%, 기타 3.1% 순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가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해외로 다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전 부사장의 이력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산업은행이 2년 뒤 대우건설을 매각하겠다고 한 시기까지 대우건설의 해외부실을 정리하고 실적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첫 번째 임무"라며 "수월한 매각을 위해 주가 상승에도 신경을 쓰고 노조와의 관계 개선에도 나서야 하는 등 산적한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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