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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크로에 종잣돈 묶인 VC

배지원 기자공개 2018-05-25 07:51:49

이 기사는 2018년 05월 23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 업계에 오랫동안 숙원사업으로 남아있던 '우선손실충당금 제도 폐지'가 법제화를 앞두고 있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발의하면서 관행으로 유지되던 손실배분을 금지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아직까지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고, 불확실성도 남아있는 상태지만 이 제도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업계의 공감대는 강하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조성된 벤처투자조합 중 약 절반에 가까운 조합이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8~10년동안 운용되는 벤처조합들이 출자금부터 손실금을 보전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연금,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빅3 기관투자자가 출자한 조합의 70%정도가 이를 적용하고 있다.

중요한 문제는 단순이 우선손실충당이 '약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위탁운용사(GP)들은 펀드 당 3~5%에 달하는 우선손실충당금을 에스크로 계정에 묶어둬야 한다.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현금이 전혀 활용되지 못한 채 계좌에 남아있다. 자기자본의 20% 이상이 에스크로 계좌에 묶여있는 운용사도 여럿이다.

실제로 손실이 발생해 GP가 '우선손실충당'을 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손실을 인식했을 때 이를 지불하는 방식이 아니라 충당금을 운용기간 내내 현금으로 보관해야 하는 것은 분명 비효율적이다. 운용사를 신뢰하지 못해서 만든 과거의 관행이 신규 벤처조합의 결성을 위축시키고 투자여력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해결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합 출자자(LP)들이 결의를 통해 손실충당금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도록 규정할 수 있다. 하지만 운용사에만 불리한 카드를 굳이 LP가 제거해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우선손실충당금은 민간출자를 유도한다는 당초의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위탁운용사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 논의 끝에 이를 금지할 수 있도록 법제화시키는 단계까지 걸어온 것은 분명 의미가 큰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벤처캐피탈이 감내해야 할 비효용의 시간이 한참 남아있는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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