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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B운용, 과욕 아닌가 [thebell note]

이충희 기자공개 2018-05-24 08:59:32

이 기사는 2018년 05월 23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자산운용업계에서 KTB운용 이야기는 단골 소재다. 공모펀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1~2년 사이 유독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등주 시리즈 공모펀드를 조단위 상품으로 키워내는 등 성과가 대단했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운용업계 이슈 블랙홀로 자리잡은지 약 두달. 공모 코스닥 벤처펀드로 단기간 내 약 4000억원을 모은 KTB자산운용에 업계 관심은 더 많아질 수 밖에 없었다. 시장 전체 2조6000억원에 달하는 코스닥 벤처펀드 수탁고 중 7000억원이 공모펀드에 쏠렸고, 이중 절반 이상을 KTB자산운용이 독차지했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KTB운용의 이런 대단한 활약에 우려를 보내는 시선이 많다. 코스닥 벤처펀드 시장은 사모 운용사에 훨씬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있어, 과연 KTB가 제대로된 운용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의구심을 보이는 것이다.

공모 코스닥 벤처펀드에는 하방 리스크를 막을 수 있는 메자닌 편입이 제한된다. 계열 증권사가 IPO 주관사일 경우 수요예측 참여가 불가능한 관계인수인 규제도 있다. 정부가 공모펀드에 불리했던 여건을 최근 대폭 완화해줬지만 여전히 사모펀드 운용이 더 수월한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삼성액티브, 미래에셋, KB자산운용 등 3대 자산운용사는 공모 코스닥 벤처펀드 규모를 200억~600억원으로 제한하고 더이상 자금을 받지 않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아예 출시조차 하지 않았다. 대형 공모 운용사들일수록 적당한 운용규모를 고려해 펀드 사이즈를 조절했던 것이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KTB자산운용은 이번주 초 코스닥 벤처펀드 2호를 또다시 출시했다. 1호 상품이 워낙 히트를 쳐 자금몰이에 자신감이 붙었다. 2호 펀드도 1호 펀드 못지 않은 3000억원 판매가 목표라고 한다.

총 7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나게 될 KTB 코스닥 벤처펀드는 과연 제대로 운용될 수 있을까.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펀드 규모가 너무 커지면 공모주 편입 비율이 낮아지고, 이에 따른 수익률 효과 역시 적어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메자닌이 아닌 벤처기업 주식으로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꾸려야 하는 것도 리스크를 키운다. 여건이 열악한 벤처기업 주식은 자연스레 펀드 변동성을 높게 할 것이다. 그러나 변동성을 줄이고자 벤처주식 투자를 줄일 수도 없다. 벤처신주 의무 편입 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공모주 우선배정이나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KTB자산운용은 지난해부터의 자금몰이 성과에 다소 심취해 있는 게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외부에서는 펀드 관리가 만만치 않은 벤처펀드 시장에서 조차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려는 것처럼 보인다.

수만명 개인투자자 자금으로 구성됐을 코스닥 벤처펀드가 망가지면 후폭풍은 피할길이 없다. 잘 팔리는 펀드를 앞세워 과욕을 부렸던 과거 운용사들의 실패 사례가 많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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