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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의 '이유있는' 자신감 연임 후 첫 공식석상, 실적분석·수주계획 등 경영전략 밝혀

심희진 기자공개 2018-06-12 08:24:33

이 기사는 2018년 06월 11일 1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사장)가 1년여만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지난달 연임에 성공한 이후 처음 마련한 공식자리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지휘봉을 잡은 정 사장은 한결 여유로운 모습으로 솔직한 발언을 이어갔다. 자신감의 근간은 대우조선해양 미래에 대한 확신이었다. "2~3년전의 경영 위기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을 겁니다"

1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본사 대강당. 간담회 시간에 맞춰 정 사장이 등장했다. 이근모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와 조욱성 관리본부장(부사장)이 함께 자리를 지켰다.

간담회장에 들어올 때부터 정 사장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작년 3월 이후 1년 3개월만에 인사드립니다. 그간 대우조선해양이 어떻게 변해왔고 현재 상황은 어떤지 소상히 보고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인삿말에서부터 정 사장의 관록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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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정성립 사장이 참석했다

2006년 대우조선해양을 떠난 정 사장은 2015년 5월 갑작스럽게 돌아왔다. 스스로도 예상치 못한 복귀라 평가했다. 그만큼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정 사장이 처음 지휘봉을 잡은 2001년 대우조선해양은 외환위기(IMF) 사태로 휘청였고, 정확히 14년 뒤인 2015년에도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존폐 기로에 서있었다.

그로부터 3년, 대우조선해양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한 지 2년만인 지난해 50%의 자구계획 이행률을 달성했다. 당산사옥을 비롯한 보유자산과 웰리브, 대우조선해양건설 등 알짜 계열사들을 연이어 매각한 것이 주효했다. 희망퇴직, 정년퇴직 등을 통해 총 3300명의 인원을 감축하는 등의 사투도 벌였다. 생산직을 포함한 전 직원이 임금의 10~15%, 임원은 30~40%를 각각 반납해 비용 절감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자구 노력에 활발한 경영활동이 더해지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실적도 반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7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3000억원의 이익을 내며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이날 간담회에서 정 사장은 결코 자만하지 않았다. 자화자찬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설명하고 인정하는 데 중점을 뒀다. 정 사장은 "숫자만 놓고 보면 작년부터 올초까지 당사가 1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낸 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회계처리가 보수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전년도 이익이 환입된 게 많았다"고 해명했다.

정 사장의 솔직한 발언은 계속됐다. "내부적으로 계산해본 바에 따르면 지난해 7300억원 중 순수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건 3000억원정도다", "올해 순수 영업이익은 1000억원가량이다"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드러내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공개하는 강수를 뒀다.

이날 정 사장의 발표는 약 25분간 진행됐다. 시장과 소통을 자주 해온 정 사장은 단골 질문으로 꼽히는 수주잔량에 대해서도 미리 답변을 준비해오는 치밀함을 보였다. 정 사장은 "지난달 말까지 상선위주로 수주를 따냈고 현재까지 약 30억달러의 계약이 완료됐다"며 "현대상선이 발주한 물량까지 합하면 총 44억달러로 올해 수출 목표(73억달러)의 60%를 달성한 셈"이라고 발표했다.

치부를 스스로 지적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정 사장은 "다만 해양플랜트는 여태까지 계약한 게 한 건도 없다"며 "해양플랜트는 계약단가가 매우 높기 때문에 한 척만 확보해도 매출이 많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하반기에 해양플랜트 수주를 꼭 따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일반상선, 해양플랜트뿐 아니라 특수선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정 사장은 올해 국방부 계획에 따라 국내에서 대략 10억달러의 수주를 따낼 것으로 내다봤다. 연말까지 상선 부문에서 60억달러, 특수선에서 10억달러 등 총 70억달러의 일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불확실성이 많지만 여기에 해양플랜트까지 더해진다면 수주량이 73억달러도 상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민감한 사안인 유동성에 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정 사장은 "지난해 4월 채무재조정으로 2조9000억원을 지원받았다"며 "이 중 현재 4500억원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말까지 차입금이 최대 1조원까지 늘어날 순 있지만 영업활동을 통한 이익 창출로 자금운용 규모를 최대한 줄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업황이 나아지고 있는데 반해 업체들의 수익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일반 선박분야의 경우 판매가격이 작년 동기보다 7~10% 올랐으나 환율 및 강재가격 인상 등으로 조선소의 수익성은 그만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양플랜트 부문 역시 오일메이저들이 투자 계획을 확대하고 있지만 시황 개선의 영향이 조선소 물량으로 이어지는데는 2년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자구안 이행을 통해 약 3조1000억원의 손익을 개선해야 한다. 정 사장은 지난해까지 100%가 넘는 이행률을 달성했다는 점을 근거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가 순항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약 2조8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간담회가 끝난 후에도 정 사장은 자리를 뜨지 않고 20여분간 대화를 이어갔다. 대우조선해양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정 사장의 입은 쉬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미뤄봤을 때 당사가 2~3년 전의 경영 위기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생겼다. 한때 14조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덩치가 컸으나 앞으론 7~8조원 수준을 유지하는 '작지만 단단한' 회사로 거듭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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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정성립 사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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