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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펀드, '재탕상품' 벗어나려면 [thebell note]

서정은 기자공개 2018-06-18 08:09:21

이 기사는 2018년 06월 14일 08: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 펀드는 다릅니다" 최근 통일펀드를 내놓고 있는 자산운용사 관계자들로부터 반복해서 들은 말이다. 이들은 4년 전 있었던 통일펀드 열풍을 의식하듯 과거 상품과 차별점을 내세우기 바빴다. 1세대 통일펀드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했으니 중장기적으로 상품이 커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운용사들이 통일펀드를 내세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스탠스다. 현 정부가 북한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남북 대화국면이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등 통일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리서치와 포트폴리오 구성 역량이 향상됐으니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100% 동의하긴 어렵다. 이들의 얘기가 4년전과 하나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언급했을 때에도 이들은 통일펀드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시 정부가 통일준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애석하게도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자 통일펀드는 잊혀졌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은 펀드를 청산했으며, 하이자산운용도 청산을 검토했다. 이렇듯 통일펀드의 인기는 정책 기류가 바뀔 경우 언제든 꺾일 수 있다. 지금처럼 장밋빛 전망만 나올 때에는 더욱 경계해야한다.

포트폴리오 구성 역량이 강화됐다는 얘기도 반신반의하다. 통일이 된다면 한국 시장에 투자하는 해외기업들도 늘어날텐데 여전히 이들은 국내 인프라, 금융, 건설 등에만 주목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1세대 통일펀드와의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일부 펀드들은 기존에 있던 상품을 통일펀드로 교체했다. 번갯불에 콩 볶듯 나온 상품이 통일 수혜주를 제대로 찾을리 만무하다.

불과 몇달전까지만 해도 기자가 만났던 운용사 관계자들은 통일펀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그동안 통일에 대한 리서치도 제대로 안했는데, 부랴부랴 낸 펀드가 경쟁력이 있을리 없다는 것이다. 그러던 사람들이 이제는 통일이 코 앞에 와있다며 돌연 펀드를 가입하라고 말한다.

이들 말대로 지금이 통일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투자 적기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운용사들이 통일펀드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 최근 나온 상품이 취지대로 잘 운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시장에 출시된 2세대 펀드들이 재탕상품이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운용사들의 태도부터 바뀌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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