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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메자닌 찾는 자산운용사 [thebell note]

이충희 기자공개 2018-06-18 08:05:28

이 기사는 2018년 06월 15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과열된 메자닌 시장을 바라보는 두가지 우려의 시선이 있다. 전환사채(CB)가 아무리 주식 보다 덜 위험한 상품이라고 하지만, 재무구조가 열악한 회사 메자닌은 여전히 디폴트 가능성이 큰게 사실이다. 올 5월까지만 벌써 3조5000억원 가량의 상장사 메자닌이 무분별하게 발행됐다. 전년 동기 대비 80% 가량 급증한 수치다. 이 메자닌들의 만기가 돌아오는 2~3년 뒤엔 곳곳에서 채무불이행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하나 우려 섞인 시선은 '이제 어디에 투자해야 하느냐'에 쏠려 있다. CB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증권사, 캐피탈사, 저축은행 같은 기관투자자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헤지펀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는 주요 투자 기관에 운용사들이 포함되기 시작했다. 코스닥 벤처펀드 설정 이후 부터는 조단위 펀드로 무장한 운용사들이 메자닌을 싹쓸이 해가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메자닌 수요가 급증하면서 투자 조건이 너무 야박해졌다는 펀드매니저들의 불평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자는 하나도 없고 주식 전환가를 낮출 수 있는 리픽싱(refixing) 조건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여기에 발행사는 주가가 오르면 CB를 되사올 수 있도록 하는 콜옵션(call option) 조건도 대부분 걸어둬 투자 매력을 더욱 떨어뜨렸다.

최근 감독당국이 과열된 메자닌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전환사채 리픽싱 조항의 적정성 여부를 두고 금감원 내부 논의가 많아졌다고 한다. 리픽싱은 펀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됐던 옵션이다. 결국 이걸 없애는 추세로 간다면 메자닌 투자 수익률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메자닌 시장에서 더이상 먹을게 없다"는 펀드매니저들의 푸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수년 전부터 메자닌 투자만 해왔던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우리는 요즘 메자닌은 쳐다도 안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과거 메자닌만으로 연간 수십% 수익률을 거뒀지만 이제 그런 투자는 힘들어졌다"고도 했다. 수요가 적정 공급량을 훨씬 초과하면서 더이상 투자 가치를 잃은 CB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요즘 시장에서는 새로운 투자 자산을 찾아 나서려는 기존 메자닌 플레이어들의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베트남 같은 신흥국 상장사와 접촉해 현지에서 메자닌을 직접 받아 투자하는 펀드가 나오는 게 좋은 사례다. 프리IPO나 비상장, 벤처투자 쪽으로 시선을 돌리겠다는 펀드매니저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자산운용 업계에서 포스트 메자닌을 찾기 위한 시도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레드오션에 접어든 국내 메자닌 시장을 제쳐두고 더 좋은 투자처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노력으로 더 좋은 투자자산들이 많아지고 헤지펀드 시장도 발전이 계속 이어지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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