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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가격연동제 '딜레마' [thebell desk]

안영훈 산업3부 차장공개 2018-06-20 08:11:35

이 기사는 2018년 06월 19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유가격연동제를 아십니까'

매년 이맘때 유가공업계와 낙농업계는 전년도 원유(原乳) 가격에 생산비와 물가를 반영해 8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의 원유가격을 정하게 된다. 과거 원유 값 인상을 두고 두 이해관계자는 분쟁을 거듭했고, 그 피해가 우유 파동으로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면서 결국 정부가 나서 만들어진 제도다.

2013년 제도 시행 첫해 원유 가격은 리터당 834원에서 940원으로 인상됐다. 이후 2년간 가격은 동결됐고, 2016년에는 전년도 대비 18원이 인하됐다. 지난해에는 가격 동결로 협상이 마무리됐다.

올해 원유가격연동제 협상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유가공업계는 우유 소비 감소를 근거로 '가격 동결'을 예상했지만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 낙농업계가 가격 인상을 주장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가공업계는 저출산 등으로 흰 우유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원유 가격을 인상할 경우 경영 부담을 감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유가공업계의 주장은 엄살이 아니다. 흰 우유 소비 감소는 일상에서도 체감될 정도다.

저녁 무렵 동네 공원에 나가면 항상 보이는 우유 대리점 좌판에서는 1년치 우유 계약시 자전거 등 탐나는 경품을 제공한다며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이런 저런 고민 끝에 발길을 돌리려고 하면 은근히 6개월만 마시고 해약해도 된다고 귀뜸하지만 계약을 체결하는 이는 드물다.

실제 흰 우유 사업에서 국내 유가공업계는 적자를 내고 있다. 흰 우유 시장 1위인 서울우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다만 서울우유는 1700여명의 낙농인들이 모여 만든 농축업 협동조합으로, 얼마간의 적자를 보더라도 흰 우유 판매를 늘리기만 하면 낙농인 지원이라는 소기의 경영목표는 달성된다.

반면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민간 유가공업체들은 흰 우유 적자 상황에서 매일 매일 생존 방안을 찾고 있다. 그나마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일부 프리미엄 우유나 가공 유제품, 커피, 외식사업의 수익 때문인데, 원유 가격 인상시에는 이러한 사업 다각화 노력들도 다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사실 유가공업체 주장만큼이나 낙농업계의 원유 가격 인상 주장도 명분은 있다. 사료값부터 시작해 물가가 올랐는데 2년 연속 가격 동결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누구의 주장이 맞느냐를 떠나 이제는 우유 소비 급감 상황에 맞게 제도를 보완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원유 가격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유가공업체와 낙농업계는 서로 생사를 같이하는 공동 운명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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