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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벤처투자정보' 통합 [thebell desk]

김동희 벤처중기부 차장공개 2018-07-06 08:26:30

이 기사는 2018년 07월 05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년전 이맘때 였던 것 같다. 장관급 수장을 둔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와 차관급 리더가 지휘하는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이 벤처투자시장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였다.

금융위는 신기술사업금융회사(이하 신기술금융회사)의 문턱을 대폭 낮추려 했다. 신기술금융사의 설립 자본금을 하향조정하고 중기청의 관리감독을 받는 창업투자회사도 신기술투자조합을 운용토록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 개정을 추진했다.

중기청은 그 동안 벤처기업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금융위의 태도변화에 당황해하며 반격에 나섰다. 일몰을 앞두고 있던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벤처특별법)' 개정안에 신기술투자조합의 각종 실적과 투자정보를 중기청에 보고토록 하는 조항을 넣었다.

정부 조직간 힘의 논리였는지 아니면 공무원간 치열한 수싸움의 결과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금융위가 판정승을 거뒀다. 금융위는 여전법 개정으로 벤처기업 지원 강화에 앞장선다는 명분과 점점 커지는 벤처투자시장의 헤게모니를 잡을 수 있는 실리를 모두 챙겼다. 반면 중기청은 원했던 법개정안을 관철시키지도 못한 채 벤처투자업계에 대한 관리·감독만 강화하려한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 때의 앙금 때문이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중기청이 빠르게 움직였다. 새 정부가 대기업 중심 경제정책에서 탈피해 벤처·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과감하게 중기청을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로 승격시켰다. 초대 장관에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홍종학 전 국회의원을 최종 선임하며 조직에 힘을 실어줬다.

중기부와 금융위의 힘의 균형이 맞춰지면서 벤처투자정보 통합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이도 좁혀지는 분위기 였다. 올해 초 기획재정부는 중기부, 금융위와 함께 혁신모험펀드 조성계획의 일환으로 투자이력 관리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정책자금의 투자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 하기로 합의했다.

중기부는 새롭게 만들고 있는 벤처투자촉진법에도 신기술투자조합의 투자정보 제공을 강제할 방침이다. 효율적으로 벤처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각종 통계자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중기부는 산하기관인 한국벤처투자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설 벤처투자정보센터를 통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창투사의 투자정보를 매달 취합하고 있다. 기업명부터 금액, 투자유형까지 상세한 정보를 받아 관리·감독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신기술투자조합의 투자정보가 빠져있어 제대로 된 벤처정책 수립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기부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벤처투자정보 통합 절차는 아직 진척이 없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반대되는 입장만 재확인하는 모양새다.

금융위는 시시콜콜한 투자정보의 효용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책자금 위주의 벤처투자시장에 민간자금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날로 커지고 있는 벤처투자시장에서 그나마 확보하고 있는 헤게모니를 놓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주도권을 더 강화하기 위해 시장친화적인 유화정책을 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벤처투자정보의 통합 문제는 법제정의 취지와 숨은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중기부와 금융위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 대부분의 밥그릇싸움이 그렇듯 상응하는 반대급부가 없다면 싸움은 막장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크다.

더 늦기 전에 과연 어떤 정보가 얼만큼 필요한지 원점에서부터 짚어보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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