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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사업구조개편 진단]NH무역, '수출 전진기지' 해외법인 부진에 한숨지속된 적자로 미국·중국법인 장부가치 '0', 매출액 '수입>수출' 역전

안경주 기자공개 2018-07-09 08:45:00

[편집자주]

농협이 신용·경제사업 분리, 즉 사업구조개편을 추진한 지 6년째를 맞고 있다. 그간 농협은 자산 58조원에 49개 자회사를 거느린 국내 9위의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내역에 따르면 한화(61조원)보다는 작고 현대중공업(56조원)보다는 큰 규모다. 하지만 '2020년 농가 소득 5000만원'을 달성하기 위한 경쟁력 부족과 차입금 급증으로 지속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 농협은 조만간 계열사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는 농협 주요 계열사의 재무 및 사업구조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7월 06일 14: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무역(이하 NH무역)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농산물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설립한 해외법인의 실적 부진 탓이다. 매출 규모는 늘고 있지만 수익성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해외법인 3곳 중 2곳은 누적된 적자로 기업가치가 떨어져 투자금을 전액 손실처리했다.

NH무역 수익성

NH무역은 농협중앙회 첫번째 자회사로 1990년 농식품 수출을 위해 설립된 전문 무역회사다. 농협경제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전국 농협에서 생산한 고품질 농산물과 유자차·인삼 등 농식품을 일본·미국·유럽 등 세계 30여개국에 수출하고, 농업에 필요한 비료·종자·축산자재 등을 수입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20년 농식품 수출 5억달러를 달성한다는 게 NH무역의 목표다. 이를 위해 2015년 250억원을 증자했고, 35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도 세웠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도 2016년 계열사의 수출입 업무를 NH무역으로 일원화 하겠다고 밝히며 힘을 실어줬다. 그 결과 지난해 처음으로 1억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NH무역의 매출도 매년 늘고 있다. NH무역 매출액은 지난해말 3117억원으로 전년(2648억원) 대비 17.7% 증가했다. 농협 사업구조개편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2012년(1408억원)과 비교하면 121.4%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NH무역은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농산물 자체가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이라 사실상 제 값을 받지 못한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NH무역은 영업이익 6억원, 당기순손실 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NH무역 해외법인

농산물 수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해외법인의 성적표도 신통치 않다. NH무역은 1994년부터 해외 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해 미국(1994년), 일본(1999년), 중국(2011년)에서 현지법인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중국법인 NH상해무역(NH SHANGHAI TRADING CO.,LTD.)은 설립 이후 적자행진을 하고 있다. 2012년 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후 흑자전환을 하지 못했다. 그마나 매출 증대에 힘입어 적자 폭을 줄여왔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 등으로 지난해 법인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인 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NH무역의 매출액도 지난해 12억원으로 전년(32억원)과 비교해 60% 가량 줄었다.

미국법인 농협아메리카는 최근 3년간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보였지만 적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매출액은 2015년 2억원, 2016년 28억원, 2017년 61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2015년 200만원 규모의 순이익을 낸 후 2016년과 2017년 각각 1억원 가량의 순손실을 냈다. 다만 일본법인 한국농협인터내셔널이 흑자 전환했다는 점은 위안이다. 한국농협인터내셔널은 지난해 4600만원 규모의 순이익을 냈다.

NH무역은 해외법인의 적자가 지속되자 미국법인과 중국법인 투자금에 대해 지난해 전액 손실처리했다. 미국법인과 중국법인 지분 장부가격은 '0'원으로 조정됐다. 농협 내부적으로 NH무역 북경법인을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NH상해무역의 청산 가능성도 들린다.

NH무역 매출액 추이

NH무역의 국내 매출액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만큼 수입을 통해 농협 계열사 및 농가에 판매하는 물품(상품)의 규모가 증가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해외 매출액이 늘면 농산물 수출 규모가 늘고 있다고 유추해 볼 수 있다.

NH무역의 국내 매출이 해외 매출을 넘어선 것은 김 회장이 '수출입 일원화'를 내세운 2016년부터다. 2015년 국내 매출액과 해외 매출액은 각각 839억원과 1095억원이었으나 2016년 1349억원과 1298억원으로 역전됐다. 지난해 NH무역의 국내 매출액은 1730억원, 해외 매출액은 1386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28.2%, 6.8% 증가해 매출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농식품 수출'이라는 NH무역의 설립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역농협 한 관계자는 "NH무역이 수입에만 신경을 쓰지 수출엔 역할이 미진한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자칫 '농협이 외국 농수산물을 수입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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