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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의 깜깜이 해외투자 [thebell note]

권일운 기자공개 2018-07-10 08:06:32

이 기사는 2018년 07월 09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벤처캐피탈은 최근 한국계가 설립한 미국 바이오 기업 P사에 임상시험 자금 투자를 추진했다. P사는 이제 막 표적항암제 원천기술을 확보했고, S벤처캐피탈의 투자금으로 임상 1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P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는 외신매체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는 등 바이오 분야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S벤처캐피탈이 P사에 투자하기 위한 펀드를 모집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P사 투자 제안을 받은 기관투자가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그렇게 좋은 투자 건이 왜 이역만리 한국까지 오게 된 것인가?"가 기관투자가들의 일관된 의문이었다. 기술이 좋고,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면 충분히 미국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이같은 의문에 대해 S벤처캐피탈 대표는 "기업가치를 좀더 높게 책정하고, 투자 조건도 발행사에 유리한 쪽으로 정해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내로라하는 현지 벤처캐피탈·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와 경쟁해 딜 소싱(투자처 발굴)을 하기 위한 자신들만의 전략이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S벤처캐피탈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관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일단 P사가 보유한 기술의 실체를 검증할 방법이 없었다. 원리금 회수 가능성이 극히 제한적인 보통주 형태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었다. S벤처캐피탈이 투자 기회를 얻기 위해 발행사에 제시한 조건이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해외 진출은 벤처캐피탈 업계 전반에 숙명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는 물론 벤처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진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 벤처캐피탈들은 현지 투자자들의 텃세 속에서 투자 기회를 얻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S벤처캐피탈처럼 발행사에 유리한 조건만 제시하면 된다는 식의 딜 소싱 전략을 내세워 뿌리를 내린 곳은 많지 않다. 오히려 한국이 보유한 기술이나 소비자들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분야의 경우 한국 기업과의 협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제안으로 투자 기회를 따낸 곳은 꽤 있다고 한다.

P사의 표적항암제가 무사히 임상을 통과해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P사의 기업가치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나고, 투자자들도 막대한 수익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 어떤 안전장치도 제공하지 않고 '만약'에 베팅하려는 투자자를 모집하는 S벤처캐피탈이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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