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더스트리

[농협 사업구조개편 진단]농협물류, 안정적 성장의 비결 '내부거래'지난해 택배사업 진출, '新캐시카우' 역할 기대…해상운송 전략 실패로 156억 손실

안경주 기자공개 2018-07-11 09:39:17

[편집자주]

농협이 신용·경제사업 분리, 즉 사업구조개편을 추진한 지 6년째를 맞고 있다. 그간 농협은 자산 58조원에 49개 자회사를 거느린 국내 9위의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내역에 따르면 한화(61조원)보다는 작고 현대중공업(56조원)보다는 큰 규모다. 하지만 '2020년 농가 소득 5000만원'을 달성하기 위한 경쟁력 부족과 차입금 급증으로 지속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 농협은 조만간 계열사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는 농협 주요 계열사의 재무 및 사업구조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7월 09일 13: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축산물 물류전문업체 농협물류는 안정적 성장을 기반으로 농협중앙회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았다. 농협사료 등 농업 관련 계열사 뿐만 아니라 농협은행 등 금융 계열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덕이다. 연간 매출의 80% 가량을 농협 계열사, 지역농협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거둬 들이고 있다. 여기에 올해 택배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수익성 개선도 기대되고 있다.

농협물류는 소비자에게 신선하고 질 좋은 농·축산물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공급하자는 취지로 2004년 7월 설립됐다. '농협'이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모습답게 농산물이나 축산물의 물류 활동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농자재나 농화학품 등의 농업 관련 제품 운송도 담당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해운, 항공, 물류전문컨설팅 등 사업분야를 다각화해 토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농협경제지주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농협물류 매출

농협물류는 설립 취지에서도 알 수 있듯 농협 계열사의 일감을 기반으로 안정적 성장을 해왔다. 출범 첫 해 40억원이던 매출은 2007년 1000억원을 돌파했고, 4년 후인 2011년 2000억원을 넘겼다. 2016년 3000억원을 돌파한 농협물류 매출은 지난해 3486억원을 기록했다.

농협물류가 지난해 농협 계열사 등 특수관계자들로부터 거둬들인 수입(매출)은 총 2776억원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79.6% 수준이다. 매년 편차는 있지만 2011년 이후 전체 매출의 80~86% 정도를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다.

농업 관련 계열사 뿐만 아니라 농협은행 등 금융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는 농협물류가 현금은 물론 어음 등의 금융 관련 문서, 기타 중요 문서를 운송하는 금융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물류가 지난해 농협은행으로부터 거둔 매출은 239억원이다.

농협물류는 이 같은 전방위 지원에 힘입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사업 초기를 제외하고 2009년 이후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다. 당기순이익도 2011년 국외소송으로 인해 244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으면서 15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2012년 1.79%에서 2013년 1.95%, 2014년 2.51%, 2015년 2.69%, 2016년과 2017년 3.06%로 점차 개선되는 추세다.

안정적 성장을 해온 농협물류도 사업 다각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해상운송 사업을 위해 구입한 선박이 문제였다.

농협물류는 2010년 해상운송비용 절감차원에서 156억원을 들여 1997년 중국에서 만들어진 2만6000톤급의 선박(하나로멜로디)을 구입했다. 농협사료·남해화학 등 농협 계열사들의 비료, 사료, 농산물의 해상운송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취합할 농협 계열사의 물량이 적다 보니 구입 목적과 다르게 매출의 상당부분을 외부업체 석탄, 시멘트, 철광석 등의 운송으로 채웠다.

여기에 선박관리비와 수리비로 선박 구입비용보다 많은 170억원을 투입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2016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기고 했다. 결국 농협물류 이사회는 2016년 12월 선박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선박의 공정가치가 장부가액에 미달해 81억원 가량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했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물류가 물동량을 고려하지 않고 선박을 구입했고, 당시 비싼 가격에 매입했다는 지적도 있었다"며 "해상운송 사업에 대한 비싼 수업료를 치룬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협물류 수익

농협물류는 농·축산물 물류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종합물류회사로 육성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농협 자회사, 지역조합 등 내부 물류를 마땅으로 성장했지만 앞으로 일반물류에도 뛰어들 예정이다. 2020년 매출액 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오랜 숙원사업이던 택배사업에 진출했다. 농협물류가 본격적으로 택배사업을 추진한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지난해 1월 농협물류 주관아래 택배사업 참여 TF를 구성하고 사업제안서 평가를 통해 한진택배를 협력사로 선정했다. 시범사업을 거쳐 지난해 10월부터 본사업에 나섰다. 사업방식은 농협물류가 사업주체가 돼 총괄관리 등을 맡고, 지역농협과 한진택배가 각각 택배접수와 배송을 책임지는 형태다.

농협물류는 당초 택배사업 직접 진출을 추진해왔지만 우회 진출로 선회한 것이다. 실제로 농협물류는 2007년 대한통운과 2010년 로젠택배 인수를 추진했으나 택배업계 반발로 실패했다.

농협 관계자는 "농업인의 택배 불편해소를 위해 농협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농업계의 지속적 요청이 있었다"며 "농·축산물 판매 확대를 위한 택배 배송망 구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택배사업은 농협물류의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택배비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기 때문이다. 이미 택배 물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825곳의 사업장에 택배취급점을 개설했고, 취급실적은 77만건으로 하루 평균 1만4000건에 달했다. 지역농협의 참여가 늘고 있는 만큼 택배사업 비중도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