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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글로벌 벤처캐피탈이 탄생하려면 [thebell note]

정강훈 기자공개 2018-07-20 08:03:05

이 기사는 2018년 07월 19일 08: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몇년 전부터 대형 벤처캐피탈의 화두는 해외 진출이었다. 제조업, 유통,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이 절대적으로 커지자 여러 벤처캐피탈이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KTB네트워크, LB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와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등 후발 주자들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 이스라엘, 동남아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잇단 해외 진출 배경에는 비좁은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시장에 많은 정책 자금과 민간 자금이 쏟아지면서 투자 재원이 풍부해졌다. 반면 투자회수 시장은 이에 비례해 성장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결국 대형 벤처캐피탈 등 일부가 국내 투자만으로 수익률 제고가 어렵다고 보고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높은 해외 투자 문턱이 걸림돌이 됐다. 우선 로컬 산업 자체의 특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피투자자와 직접 대면해서 투자 결정을 해야하기 때문에 해외 현지의 인적 네트워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다음은 재원 문제다. 예컨대 국내 대형사 중 한 곳인 A벤처캐피탈은 중국의 지자체로부터 적지 않은 규모의 출자를 제안 받았다. 그러나 펀드를 결성하려면 국내에서 일정 수준의 매칭 자금을 모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제안을 거절했다.

다수 업계 관계자는 국내 벤처캐피탈의 해외 진출을 위한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벤처캐피탈은 해외 진출이 비교적 수월한 금융업 중 하나다. 은행, 증권사 등 전통적인 금융업은 각종 법적 규제와 인허가 문제로 해외 현지에서 자유로운 영업이 쉽지 않다. 반면 벤처캐피탈(사모투자회사)은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벤처캐피탈이 국내 금융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 선봉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의미다.

토종 글로벌 벤처캐피탈의 등장은 유니콘 벤처기업의 육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국내 벤처기업이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해외 진출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해외 투자자본을 국내에 유치하는데 집중해왔다. 하지만 국내 벤처캐피탈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한다면 굳이 해외 자본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해외 시장을 노리는 국내 벤처캐피탈들은 "앞으로 남은 시간이 없다"고 강조한다. 이미 많은 글로벌 벤처캐피탈들이 한 발 앞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있다. 시장에 유동자금이 풍부해 투자처 발굴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국내 벤처캐피탈이 모험자본이라는 특성에 맞게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적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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