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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역사, 12년간 애물단지 유령건물 된 내막 두 임대사업자와 연이은 법정 공방

진현우 기자공개 2018-07-23 17:54:10

이 기사는 2018년 07월 20일 11: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신촌에서 유독 인적이 드문 곳. 바로 신촌민자역사다. 신촌민자역사는 신촌역사㈜가 투자금 약 700억원을 투입해 지은 연면적 3만㎡(약 9000평) 규모의 복합 건설이다. 2000년대 초반 민자역사 개발 붐 덕에 한때 관심을 한 몸에 받았지만, 현재는 유령건물이란 꼬리표가 달린 채 내팽겨쳐져 있다.

신촌민자역사가 지난 12년간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촌역사㈜와 임대사업자였던 성창F&D와의 기나긴 법적 소송이 민자역사를 망가트린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임대사업자인 티알글로벌과도 임대차계약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채권자협의회와 주주가 신촌역사㈜ 회생절차를 따로 신청한 점도 신촌민자역사의 얽히고 설킨 복잡한 이해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신촌역사

◇ 첫 번째 임대사업자 성창F&D, 호기롭게 분양사업 착수… 소송 패소 후 파산

성창F&D는 의류패션 쇼핑몰인 ‘동대문 밀리오레'를 운영하는 사업자로 2004년 신촌 민자역사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당당히 임대사업자로 선정된 성창F&D는 2006년 건물이 완공된 후 상가 분양사업에 나섰다. 성창F&D는 신촌-이대 상권을 하나로 묶는 유리한 입지, 경의선 신촌역의 복선전철화와 인천공항철도 경유에 따른 유동인구 증가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하지만 대학가 상권은 생각보다 저조했고, 신촌역 복선전철화와 인천공항철도 경유는 실현되지 않았다. 성창F&D는 허위·사기 분양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투자자들이 제기한 분양대금 반환소송에서 패소했다. 이에 성창F&D는 주변 상권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이유로 신촌역사㈜를 상대로 선납한 임대료 10년치를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성창F&D는 신촌역사㈜와 30년 장기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선납 임대료 750억원을 납부했다. 성창F&D는 민법 651조에 임대차계약기간은 20년을 넘을 수 없다는 조항을 앞세워 선납한 임대료 10년치를 요구한 것이다. 대법원은 성창F&D의 손을 들어줬고 신촌역사㈜가 성창F&D에 부당이득금(175억원)을 돌려주라고 명령했다.

신촌역사㈜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민법 651조가 헌법을 위배한다는 위헌소송으로 맞불을 놨다. 결국 2013년 헌법재판소는 "임대차 계약기간을 20년으로 제한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임을 명시했고, 신촌역사㈜가 받은 패소 판결을 뒤집었다.

신촌역사㈜는 결국 2014년 성창F&D와 체결한 임대차 계약을 해지했다. 성창F&D가 2008년부터 장기간 임차료, 시설관리용역비, 제공과금 등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동시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며 건물 명의를 내준 신촌역사㈜는 성창F&D를 상대로 건물 명도 소송까지 진행했다. 이는 2015년 12월 신촌역사㈜가 성창F&D에게 70억원을 주고 건물 명도를 되찾아오는 걸로 일단락됐다.

성창F&D는 신촌역사㈜와 10년이 넘는 법적 분쟁, 잇따른 밀리오레 사업 실패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성창F&D는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지만 회사의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다는 이유로 파산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 두 번째 임대사업자 티알글로벌, 선납한 임대보증금 두고 신촌역사㈜와 치열한 공방

티알글로벌은 신촌역사㈜와 지난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 10년, 보증금 100억원이 계약서의 주요 내용이다. 당시 신촌역사㈜는 빚만 있고 자본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 금융기관으로부터 보증서 한 장도 발급받지 못했다. 1대·2대주주였던 한국철도공사와 대우건설도 보증을 서지 않았다.

그럼에도 티알글로벌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은 신촌민자역사에 면세점이 들어서 충분한 사업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티알글로벌은 임대 보증금의 일부(20억원)를 신촌역사㈜에 선납했다. 신촌역사㈜는 티알글로벌이 선납한 보증금으로 밀린 세금(국세, 법인세 등)을 대납하고 운영자금으로 활용하며 근근히 연명해 왔다.

하지만 티알글로벌은 신촌역사㈜ 비상대책위원회가 신촌민자역사를 살릴 의지가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됐고, 납부하기로 약속한 나머지 잔금을 치르지 않았다. 티알글로벌은 선납한 임대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신촌역사㈜에 요청했지만, 신촌역사㈜는 잔금납입 미이행을 이유로 거절했다. 임대차계약이 파기된 책임이 전적으로 티알글로벌에 있다는 것이다.

결국 티알글로벌은 임대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서울회생법원에 신촌역사㈜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회생절차가 받여들여지기 위해서는 티알글로벌이 신촌역사㈜ 자본금(51억원)의 10분의1 이상 채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법원은 관계인심문을 거쳐 양측의 입장을 들어본 결과, 티알글로벌이 신청한 회생절차를 각하했다.

최근 티알글로벌은 전병탁 전 신촌역사㈜ 대표이사와 채권자협의회를 꾸려 기업회생절차를 다시 한번 신청했다. 이에 질세라 한국철도공사와 대우건설도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신촌민자역사의 법정관리 필요성이 대두된 만큼, 이번엔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채권자와 주주들 간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신촌역사㈜의 회생절차 진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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