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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시대 진입하는 '한 지붕 두 가족' 경영 [영풍그룹 전환기 공동경영]①장씨·최씨 가문 '7대3의 법칙'…69년 無분쟁 비결

이경주 기자공개 2018-08-06 08:12:44

이 기사는 2018년 07월 24일 10: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풍그룹은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체제를 올해로 69년째 이어가고 있다. 창업주인 고 장병희, 최기호 회장은 아연제련업으로 그룹의 기틀을 마련했고, 창업 2세들은 사업을 더욱 번창시켜 재계 20위권 기업으로 키워냈다. 영풍그룹은 이제 3세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

영풍그룹은 그동안 경영권 다툼없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이어왔다. 선대부터 이어온 가문간 지분 구도를 유지하며 각자의 경영 체제에 간섭이 없었다.

3세 시대 이후엔 이같은 안정적 지배구조에 변화가 예상된다. 승계 작업을 선제적으로 대응한 장씨 가문에 비해 최씨 가문은 지분 승계 과정에서 막대한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3세대 이후 계열 분리 가능성도 제기된다.

◇69년 우정으로 일궈낸 재계 22위 중견그룹

영풍그룹은 황해도 출신 동향인 고 장병희 회장과 최기호 회장이 1947년 설립한 영풍기업사가 모태다. 지금의 지주사격 회사인 영풍이 영풍기업사의 바뀐 사명이다. 영풍기업사는 초창기 농수산물과 철광석 무역업을 했다.

두 회장은 무역업을 하면서 아연괴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상황에 착안해 1970년 석포제련소를 만들어 비철금속 제련업에 진출했다. 1974년엔 자회사 고려아연을 설립해 제2 거점인 온산제련소를 만들었다. 불모지 개척으로 영풍은 국내 아연공급 반독점 사업자가 됐다. 현재까지 점유율은 87%에 이른다.

고려아연 설립을 기점으로 양 가문은 사업영역을 나누게 된다. 장씨 가문이 영풍(석포제련소)을, 최씨 가문이 자회사 고려아연(온산제련소)을 맡았다.

이때부터 최씨 가문은 2세 경영을 시작했다. 고려아연 설립과 함께 최기호 회장의 차남 최창걸 명예회장이 고려아연 회장으로 취임했다. 최씨 2세들은 형제들이 많아 돌아가면서 회장을 맡는 전통을 만들었다. 최기호 회장은 6남3녀를 뒀는데 큰아들은 일찍 타계했고 최창걸·창영·창근·창규·정운이 남았다. 고려아연 회장직은 2002년 3남 창영을 거쳐 2009년부터 현재까지 4남 창근이 맡고 있다.

영풍회장

장씨 가문은 2세경영이 상대적으로 늦었다. 장병희 회장은 슬하에 2남2녀를 뒀는데 차남인 장형진 영풍 회장만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장형진 회장은 1971년 영풍에 입사해 1988년 대표이사가 됐고 1993년 회장에 취임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장형진 회장은 최창걸 명예회장보다 나이는 5살 어리지만 회장취임은 19년 늦었다.

장형진 회장은 전자업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1995년 FPCB업체 유원전자(현 영풍전자) 인수를 시작으로 반도체 패키지업체 시그네틱스(2000년), 코리아써키트(2005년)를 사들였다. 코리아서키트 자회사 인터플렉스(FPCB)와 테라닉스(PCB)도 함께 영풍그룹에 편입됐다.

영풍그룹은 최근 3세 시대로 전환이 이어지고 있다. 3세들은 경영수업을 받고 계열사 수장을 맡기 시작했다. 장형진 회장의 장남 장세준 부사장은 지난해까지 코리아써키트와 영풍전자 대표직을 겸직했다. 차남은 장세환은 서린상사 대표로 있다.

최씨 가문에선 최창걸 명예회장의 장남 최윤범 부사장이 고려아연 호주법인(SMC) 대표로 있다. 최창영 코리아니켈 회장의 장남 최내현은 고려아연 계열사 알란텀 사장이다.

두 가문의 3대에 걸친 화합으로 영풍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이 12조2590억원으로 재계 서열 22위 대그룹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그룹 매출은 9조9390억원, 당기순이익은 7510억원이다.

◇장씨 우위 지배구조 '7대3의 법칙'…69년 無분쟁 비결

두 가문이 반세기 넘도록 평화로운 공조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만의 '법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업 성장과 상관없이 두 가문은 일정 비율의 지분을 확보하고 계열간 경영도 독자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안정적 지배구조 속엔 7대3의 법칙이 있다.

그룹 지주회사인 영풍에 대한 지배력 비중을 계산하면 장씨 가문이 70%, 최씨 가문이 30% 수준이다. 20년 전부터 비슷한 구도가 큰 변화 없이 지속됐다.

영풍그룹은 ㈜영풍이 지주사격 역할을 하고 있다. ㈜영풍이 고려아연(지분율 26.91%)과 코리아서키트(37.09%) 등 핵심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고, 고려아연이 다시 서린상사 등 비철금속 계열사를, 코리아서키트가 인터플렉스와 테라닉스 등 전자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즉 영풍을 소유하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다.

영풍은 장씨 가문이 직간접적으로 지분율 55.63%(올 1분기말 기준)를 확보하고 있다. 직접지분은 총 29.74%다. 장세준 16.89%, 장형진 1.13%, 장세환 11.15%, 장형진 회장의 딸(혜선) 0.52%, 부인(김혜경) 0.05% 등이다. 장씨 가문은 가족회사 씨케이를 통해서도 간접지분 14.17%를 보유하고 있다. 장씨일가→씨케이(지분율 100%)→영풍문고(33%)→영풍개발(34%)→영풍(14.17%) 구조다. 더불어 순환출자고리를 통해서도 간접지분 10.36%를 보강하고 있다. 영풍→고려아연(26.91%)→서린상사(49.7%)→영풍(10.36%) 구조다.

장씨 영풍 지분율

반면 최씨 가문은 영풍에 대한 직간접 지분율이 22.69%에 그친다. 직접 지분율은 최창영(4.14%)과 창근(3.62%), 정운(3.42%), 창규(2.85%), 윤범(2.18%) 등 21.44%다. 간접 지분율은 최씨 가문 소유의 영풍정밀(4.39%)과 경원문화재단(0.76%) 등 5.15%다.

고려아연은 최씨 가문이 경영을 하고 있지만 지분구조로는 영풍이 최대주주로 있다. 고려아연은 최씨 가문이 직접지분도 15.33% 보유하고 있지만 영풍 지분율(26.91%)에 못미친다. 장씨 가문은 고려아연 직접지분도 6.28% 보유하고 있다. 영풍 지분율과 더하면 고려아연에 대한 장씨 가문의 직간접 지분율은 33.19%에 이른다. 최씨 가문의 두 배다.

영풍 지분율(2018.1Q)

1998년 말 기준 영풍에 대한 장씨 가문의 직간접 지분율은 49.91%였고, 최씨 가문은 26.58%였다. 당시에도 장씨 가문 지배력이 최씨 가문을 두 배 정도 압도적으로 앞선다. 당시 소유권이 불분명한 기타 지분이 10%있지만 장씨 가문 우위 대세를 흔들 수준은 아니다. 기타 지분은 영풍축산 2.93%, 코리아니켈 4.4%, 영풍공업 2.7%다.

최씨 가문은 1998년 이후 20년 동안 지분율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최창걸 명예회장 지분이 1998년 6.46%에서 현재 0.27%로 줄고 장남 최윤범 부사장이 1.17%에서 2.18%로 늘어나는 등 승계 작업으로 인한 변동 정도만 있을 뿐이다. 장씨 가문 역시 주요 주주인 장세준 부사장과 장세환 대표 지분율이 1998년 말 각각 16.41%, 10.22%로 현재와 큰 차이가 없다.

영풍 지분율(1998년)

영풍 가문의 7대 3 지분율의 유래에 대해선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1998년은 영풍 지분율을 공시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회계연도다. 창업 1세대 지분율 상황은 공개된 자료가 없다. 업계에선 창업 당시부터 장병희 회장이 종잣돈을 더 큰 비중으로 댄 것으로 보고 있다. 장씨 가문이 1974년 고려아연 설립 당시 모회사 영풍을 경영하기로 한 것에서 추정이 가능하다. 그리고 현재까지 장씨 가문 우위의 지배구조가 지속된 셈이다.

이는 장씨 가문이 전권을 쥐었음에도 최씨 가문의 고려아연 경영권을 존중해줘 왔다는 것을 뜻한다. 최씨 가문 역시 장씨 가문 우위의 지배구조에 반기를 들지 않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 왔다. 69년 동안 두 가문이 평화롭게 공조체제를 유지한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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