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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남은 순환출자고리…최씨家 지배력 키울까 [영풍그룹 전환기 공동경영]⑥고려아연 고리 해소에 1300억~1700억 소요…장씨家와 합의 필요

이경주 기자공개 2018-08-13 08:24:03

이 기사는 2018년 07월 30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풍그룹은 장씨 가문 주도 하에 지난해 순환출자고리 7개 중 6개를 해소했다. 하지만 '고려아연→서린상사→영풍→고려아연'(이하 고려아연 고리)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는 미해결 상태로 남았다. 1300억~17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영풍 측은 순환출자 고리 추가 해소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 당국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을 감안하면 조만간 순환출자고리 해소 작업이 필요하다.

순환출자고리 해소 과정에선 최씨 가문이 나설 가능성이 가장 높다. 최씨 가문 몫으로 경영을 맡고 있는 고려아연이 중심에 선 순환출자고리인 데다 현금 보유량도 여유가 있다. 최씨가문이 영풍 혹은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카드로 순환출자고리 해소가 활용될 여지가 있다.

영풍그룹 순환출자 고리

영풍그룹은 2016년말 국내 대그룹 순환출자 상황을 점검하는 공정위 조사에서 삼성그룹과 함께 3위(고리수 7개)에 랭크됐다. 이같은 지적이 나온 뒤 영풍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대대적인 순환출자고리 해소 작업에 나섰다.

영풍그룹은 일련의 지분 거래를 통해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6개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고리 해소는 장형진 영풍 회장 일가의 가족회사 '씨케이'가 주도했다. 씨케이는 장 회장의 장남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부사장과 차남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가 각각 지분 32.8%, 장녀 혜선씨 22.9%, 부인 김혜경씨 11.5% 등 100% 보유하고 있다.

씨케이는 총 385억원을 들여 5개 고리를 끊었다. '테라닉스→영풍→코리아서키트→테라닉스'와 같은 고리 4개를 끊기 위해 테라닉스가 보유하고 있던 영풍 지분 1.36%를 지난해 12월 7일 256억원에 매입했다. 씨케이는 올 2월 6일엔 영풍이 보유하던 영풍문고 지분 14.5%를 129억원에 매입해 '영풍문고→영풍개발→영풍→영풍문고' 고리도 끊었다. 이외 지난해 11월 테라닉스가 시그네틱스 지분 0.63%를 매각하며 '테라닉스→시그네틱스→코리아써키트→테라닉스' 고리도 끊겼다.

고려아연 고리는 남겨 뒀다. 다른 고리들과 달리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700억원이 소요된다. 고려아연 고리를 끊기 위해선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는 서린상사 지분 49.97%(15만5001주)를 매각하거나, 서린상사가 영풍 보유지분 10.36%(19만820주)를 매각해야 한다.

서린상사는 비상장사지만 주당 가치가 올 6월 14일 기준 114만980원으로 확인됐다. 이날 장 회장의 형 장철진 전 영풍산업 회장이 서린상사 지분(1.12%)을 이 가격에 팔았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고려아연 보유지분(49.97%) 가치를 계산하면 1768억원이 된다. 서린상사가 보유한 영풍 지분(10.36%) 가치는 20일 종가(71만6000원) 기준 1366억원이다.

해당 계열사들은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고려아연도, 서린상사도 현재로선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정위 압박에 주요 그룹들이 자발적으로 순환출자고리를 모두 해소하는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이 대표적이다. 삼성그룹은 올 4월 7개 순환출자고리 중 3개를 끊었고 나머지 4개도 모두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영풍그룹도 고려아연 고리까지 해소 압박을 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일각에선 현금부자인 최씨 가문이 고려아연 고리를 지배력 확대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씨 가문은 그 동안엔 장씨 우위의 지배구조를 흔들지 않았다. 현재 지주사격 회사인 영풍 지분율은 장씨 가문이 직간접적으로 55.63%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최씨 가문은 22.69%에 그친다. 두 가문은 20여년간 비슷한 지분율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당국이 지배구조 개선 압박수위를 높일 경우 최씨 가문이 서린상사가 보유한 영풍 지분을 사들여 고리를 끊는 '예외'를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최씨 가문의 영풍 직간접 지분율은 32%로 높아진다. 다만 이는 장씨 가문과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계열분리 가능성을 염두에 둘 경우 고려아연에 대한 직접 지배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것도 가능하다. 계열분리를 단행한다면 영풍과 서린상사 등과 지분 관계를 끊어야 하고 대신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영풍 지분율(2018.1Q)

최씨 가문은 그룹 캐시카우인 고려아연으로부터 매년 거액의 배당을 받아 축적해왔다. 고려아연은 최대주주가 영풍(26.91%)이지만 최씨 가문 개개인들도 총 15.33%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고려아연은 당기순이익 6340억원 중 27%인 1767억원을 배당했다. 최씨 가문이 챙긴 몫은 271억원이다. 최씨 가문은 영풍으로부터도 지난해 직접지분율 17.54% 만큼인 30억원을 받았다.

장씨 가문은 상대적으로 현금 여력이 떨어진다. 장씨 가문은 고려아연 직접 지분율이 장 회장(4.51%)을 비롯해 총 6.28%에 그쳐 배당수익이 최 씨 가문에 비해 크게 적다. 지난해 고려아연 배당수익은 110억원 규모다. 장씨 가문은 영풍으로부터는 지난해 직접지분율 29.74% 만큼인 51억원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영풍과 고려아연 배당금을 합하면 지난해 최씨 가문은 약 300억원, 장씨 가문은 160억원을 받았다. 그룹 지배는 장씨 가문이 하고 있지만 현금 수익은 최씨 가문이 장씨 가문의 두 배에 이른다.

장씨 가문은 순환출자해소에 활용한 씨케이에도 적잖은 돈을 투입한 상태다. 씨케이 지분 매입 비용은 장 회장 수중에서 나왔다. 장 회장이 지난해 말부터 3차례에 걸쳐 425억원을 씨케이에 대출해줬다.

재계 관계자는 "하나 남은 고려아연 고리는 영풍그룹 지배구조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며 "최씨 가문이 쉽사리 해소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장씨 가문 우위의 오랜 지배구조를 깨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정부압박이 거세질 경우 최씨 가문이 영풍 지배력을 높이는 69년 역사에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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