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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분리 동시 승계 밑그림…지분 증여 '정공법' [현대百 정중동 형제경영]①정지선·정교선 형제, 백화점·그린푸드 양분…비백화점부문 확장 관건

신민규 기자공개 2018-08-13 09:35:00

이 기사는 2018년 07월 30일 11: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3세까지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일관되게 정공법을 택했다.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증여를 통해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의 두 자녀에게 빠르게 경영권이 인계됐다. 이는 범현대가 3세 가운데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경영 최전방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형제간 경영체제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그룹의 지배구조 역시 점차 윤곽을 드러냈다.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은 장남인 정지선 회장에게 백화점 부문을, 차남인 정교선 부회장에게 비백화점 부문을 맡기는 방향으로 지분승계를 실시했다. 아직 명확하게 계열분리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사업 초기부터 백화점과 비백화점부문을 나누기 위한 시도는 꾸준히 진행됐다. 백화점 부문이 성공궤도에 어느 정도 안착한 점을 감안하면 정교선 부회장이 현대그린푸드를 통해 비백화점부문의 먹거리를 강화해 나가는 과정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현대건설 하청업체 → 유통그룹 '환골탈태'

현대백화점그룹의 모태는 1971년 설립된 금강개발산업이다. 초기 사업은 현대건설을 지원하는 하청업체 형태로 시작했다. 현대건설이 진출한 건설현장에 식품과 의복을 공급하는 자회사에 불과했다. 당시 업계에선 동부이촌동 등 슈퍼마켓 6곳을 운영하던 회사로 알려질 정도였다.

독립 회사 입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된 계기는 1985년 압구정 본점을 개점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시 현대아파트 건설주체인 현대산업개발이 제안한 백화점 사업을 놓고 시장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근 명예회장이 제안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사업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3남에게 '유통'을 일찌감치 물려줄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6남에게 6개 소그룹을 물려주는 과정에서도 현대백화점그룹은 앞자리에 있었다. 1998년 현대화재보험그룹이 분리된지 얼마안 돼 1999년 4월 현대백화점그룹이 분리됐다. 2세 정몽근 명예회장은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금강개발산업 지분 30%를 넘겨받아 계열분리에 성공했다. 2000년 이후 정주영 명예회장이 실질적인 그룹 후계자를 놓고 고민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른 시점에 증여를 통해 현대백화점 경영승계 작업을 마무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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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 일가 가계도

◇계열분리 동시에 후계체제 구축…정지선, 30대에 '경영 최전선'

정몽근 명예회장은 계열분리와 동시에 증여를 통해 후계체제 구축에 나섰다. 2000년부터 장남과 차남에게 보유지분을 증여하기 시작했다. 장남인 정지선 회장의 경우 당시 부회장 시절인 2003년부터 현대백화점 지분을 장내 매수했다. 여기에 정몽근 명예회장의 지분 증여까지 더해지면서 2004년에 이미 현대백화점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당시 지분율은 17%대로 2012년까지 추가 지분 확대를 통해 17.09%까지 늘렸다. 이후 지분율은 최근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차남인 정교선 부회장의 경우 현대백화점이 인적분할 된 후 비백화점부문인 현대백화점H&S(현대그린푸드 전신) 지분을 정몽근 명예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았다. 2006년 당시 지분 56만6000주 가량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증여세 재원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몽근 명예회장이 한무쇼핑 보유 지분을 정교선 부회장에게 일부 증여하고 이를 다시 정 부회장이 계열사인 현대백화점과 현대쇼핑에 되팔았던 게 화근이 됐다. 계열사가 오너일가 지분매입 과정에 활용됐다는 비난이 일었다.

정 부회장은 이후 계열사 청산과정에서도 지분을 추가로 늘렸다. 현대백화점H&S는 현대그린푸드의 전신 격으로 추후 사명을 변경하고 현대에프앤지를 흡수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워나갔다. 정 부회장은 올해 순환출자 해소과정에서도 현대그린푸드 지분율을 늘렸다.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 7.8%를 매입하면서 지분율은 23%로 단일 최대주주 입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지분승계가 빨리 이뤄진 관계로 두 형제는 경영 일선에도 상당히 일찍 참여했다. 정지선 회장은 1997년 20대에 현대백화점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10년여만인 2008년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 대표이사와 현대그린푸드 대표이사에 등재돼 있다. 정교선 부회장 역시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부장으로 업무 경험을 쌓기 시작해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됐다. 현대홈쇼핑 대표이사와 현대그린푸드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모두 30대의 젊은 나이에 경영 최전선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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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인적분할, 비백화점부문 '태동'그린푸드, 사세 확장

현대백화점그룹의 지분 승계 과정을 지켜보면 비백화점부문의 성장이 함께 진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백화점부문이 여전히 수익 대부분을 견인하고 있지만 사업 초기부터 비백화점부문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수반됐다. 정지선 회장이 2008년 경영 최전방에 나서게 된 이후 2년만에 현대그린푸드를 출범시켰다는 점에서 동생의 먹거리를 만들어 주기 위한 시도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가장 큰 전기는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을 통해 이뤄졌다. 현대백화점은 2002년 백화점 사업부와 비백화점(전문자재 유통, 여행, 임대) 사업부를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현대백화점을 신설법인으로 하고 현대백화점H&S를 존속법인으로 하는 분할을 실시했다. 그간 백화점 사업부 내에서 다양한 사업영역이 혼재돼 있어 분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현대백화점 H&S의 경우 산업·건설 자재를 유통하는 기업으로 백화점 업무와는 동떨어진 면이 있었다.

인적분할은 열위한 수익구조를 가진 현대백화점H&S의 부담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당시 기존 매출 비중은 현대백화점이 86%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우위에 있었다. 현대백화점이 부채를 상대적으로 많이 책임지고 우량 계열사(한무쇼핑, 현대홈쇼핑, 현대 DSF 등)를 편입시키게 됐다. 이로 인해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률이 향후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했다.

반면 현대백화점H&S는 계열사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사세를 키워나갔다. 현대푸드시스템, 현대F&G를 차례로 합병하고 2010년 현대그린푸드로 출범했다. 정교선 부회장의 지분율이 23%로 단일 최대주주이고 정지선 회장의 지분율이 12.7%대로 정 부회장의 직접 지배력이 높은 상황이다. 향후 현대그린푸드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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