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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의 성격과 투자기회 [WM라운지]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공개 2018-08-06 08:00:19

이 기사는 2018년 08월 02일 10: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중 무역전쟁은 자본주의 과잉생산과 강대국 패권다툼이라는 두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국가무역위원회와 통상산업정책을 맡고 있는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는 '웅크린 호랑이(Crouching Tiger)'이라는 책에서 '미국은 군사력 경쟁에서 벗어나 종합적인 국력경쟁을 해야 한다'고 봤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를 바로 잡아야 하며 제조능력을 빼앗기면 안 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대중 무역관계 재조정과 첨단기술 빼앗기지 않기가 골자다.

자본주의 과잉생산 문제는 산업혁명 후인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옷을 100벌 만들던 것을 기술혁신으로 10만 벌을 만들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과잉 생산된 옷을 팔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옷을 사 줄 식민지를 개척하든지 아니면 공황이나 전쟁을 통해 생산시설을 파괴하는 길을 밟았다. 그래서 1945년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 자본주의 국가들은 식민지 전쟁, 공황, 세계 대전의 역사를 쓰게 된다. 이는 과거의 일이 아니다. 산업혁명과 같은 생산성 혁명으로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되는 신흥국가들은 그 후에도 이런 파장을 일으켰다.

일본이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할 때, 1985년 플라자 합의를 시작으로 미·일 무역분쟁이 일어났다. 여기에 대응해 일본은 내수를 키우는 정책을 썼다가 스스로 자산버블을 겪었을 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에게까지 버블을 수출했다. 그 결과 1997년 태국 바트화 위기를 시작으로 우리나라까지 외환위기를 맞게 된다. 일본은 20년 이상의 잃어버린 세월을 보내면서 생산시설을 구조조정하고 축소했다. 우리나라는 500%에 이르는 기업 부채비율을 단숨에 100%대로 낮췄다. 이는 전쟁으로 생산시설이 파괴되는 것과 유사한 구조조정이었다.

중국은 이 과정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시작했다. 중국 순수출은 2007~2011년 GDP의 6% 수준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중국은 세계경제의 구원투수로 나오면서 내수를 키웠다. 2007년에 GDP의 41%에 달하는 총투자가 2010년에는 48%까지 올랐고, 그 결과 2017년에는 순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그 여파로 중국은 빚더미에 오르게 된다. 2008년에 GDP의 170%에 이르던 총부채가 2018년에는 300%까지 올랐다.

이 상황에서 중국은 지금 미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일본은 플라자 합의로 엔화가 초강세를 보였는데, 중국은 일본처럼 맥 없이 당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위안화 절하를 택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 경제담담 부총리를 맡고 있는 류허(劉鶴)는 '세계경제는 글로벌 생산능력이 확대되었지만 이를 수용할 시장이 좁아서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류허는 중국이 앞으로 내생적 성장을 이끌어야 하며, 내수성장을 통해 혁신형 국가를 이끌어야 한다고 본다. 내수활성화, 혁신, 도시화가 키워드가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한편 미국은 중국에 금융시장 개방 압력을 하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이 과잉생산을 조정하면서 나오게 되는 좋은 자산을 금융시장 개방을 통해 매수할 기회를 얻는 셈이다.

강대국의 패권다툼까지 가미되면서 과잉생산 조정과 무역불균형 조정 과정이 손쉬운 타협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페르시아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그리스게 패한 뒤 결국 그리스 변방 국가 마케도니아에게 멸망한다. 이로써 3천년 가까이 지속되었던 고대 근동 국가가 물러나고 그리스, 로마로 이어지는 지중해 국가가 패권자로 등장하게 된다. 유럽과 중동이 패권을 다투지만 산업혁명을 통해 유럽이 패권국가로 등장하게 되고, 이것이 미국으로 이어짐은 주지하는 바다.

태양계에는 태양이 하나 뿐이다. 중국은 14억명의 인민이 한 단계 더 잘 살기 위해서도 패권다툼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확장하는 한 동중국해, 남중국해, 대만, 인도 등 여러 지역에서 미국과 충돌이 일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패권다툼은 타협의 여지가 적고 덜 합리적으로 진행된다. 중국의 과잉생산 조정에 패권다툼이 개입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치열하고 지속적인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의 시나리오에 따른 자산관리 방향을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무역전쟁이 빨리 끝나지 않고, 과잉생산 문제는 중국뿐 아니라 인도, 베트남 등의 신흥국가들이 가세하면서 계속적인 문제로 남을 수 있다. 이 경우 자산가격 하락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좋은 자산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둘째, 중국은 내수를 확대하고 금융시장을 개방할 것이다. 중국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아마존 주가가 오를 동안 알리바바나 텐센트 주가는 횡보하고 있지만, 아마존이나 알리바바나 본질은 다를 바가 없다. 중국에는 상장된 기업 이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있다. 금융시장 개방과 함께 중국에 저평가 되어 있는 자산을 찾아 보면 좋다. 내수 증가·고령화·혁신이 중국의 향후 키워드가 될 텐데 이에 따르는 첨단기술기업, 플랫폼기업, 바이오기업 들은 여전히 유망하다.

마지막으로,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처럼 미·중 당사자 주변의 신흥국가들이 받을 피해다. 일본이 버블을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한국 등에 퍼뜨렸듯이 글로벌 무역수지 불균형을 시정하는 과정에서 신흥국가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유탄이 어디로 튀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경제는 매끈하게 좋은 길을 간 적이 없다. 항상 문제가 있고 울퉁불퉁 비포장 도로를 달린다. 삐걱대면서 성장하는 게 경제이며 신흥국가는 그러한 경향이 특히 크다. 미·중 무역전쟁은 큰 사건에 속하지만 기회도 있음을 명심하자. '작용-반작용'이 물리법칙이라면 '위험-기회'는 자본시장 법칙이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 CIO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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