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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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우버를 가로막는 걸림돌

권일운 기자공개 2018-08-08 08:10:23

이 기사는 2018년 08월 07일 08:1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남아판 우버' 그랩을 향한 한국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SK그룹이 그랩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미래에셋과 네이버가 공동 조성한 펀드를 통해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그랩과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랩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기반을 둔 승차 공유 업체다. 동남아 시장에서 원조 격인 우버를 몰아낸 업체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그랩이 우버의 동남아 사업부문을 인수한 거래는 지금까지 동남아 시장에서 단행된 인수합병(M&A)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추산된다.

승차 공유 시장에 대한 국내 대기업들의 관심은 그랩 투자 이전부터 고조돼 있었다. 미래에셋과 네이버는 앞서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에 투자하기도 했다. 디디추싱은 그랩의 주요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랩과 디디추싱의 사례에 비추어볼 때 적어도 한국 대기업들은 승차 공유 시장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승차 공유 업체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는 소식을 접하기 쉽지 않다. '풀러스'나 '차차' 처럼 일부 승차 공유 업체들이 수십억원 가량의 투자를 유치한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벤처투자 시장의 블랙홀과 같았던 소셜커머스나 배달 서비스 등에 비하면 임팩트가 약하다. 투자가 미비하다 보니 유니콘(조 단위 기업가치를 나타내는 벤처기업)으로 성장할 조짐을 나타내는 승차 공유 업체도 없다.

승차 공유 사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이유는 단 하나, 규제다. 택시나 렌터카 사업에 적용하던 규제를 승차 공유 시장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승차 공유 업체들은 이로 인해 서비스를 출시할 때마다 적법성 논란에 휘말리곤 한다. 규제의 주된 명분은 이용자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택시를 포함한 전통 산업 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투자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규제로 인해 성장이 가로막혀 있는 사업에 선뜻 투자를 할 곳은 없다.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대기업 자본이 국내 기업을 건너뛴 채 중국과 동남아시아 승차 공유 업체로 눈을 돌리고 있는 현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판 우버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탓하기보다는, 투자할 수 없는 현실적 장벽을 무너뜨리는게 우선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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