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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금융사 OCIO 사업 [thebell note]

서정은 기자공개 2018-09-07 08:24:14

이 기사는 2018년 09월 05일 08: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들어 금융투자업계가 부쩍 주목하기 시작한 분야가 있다. 바로 외부위탁운용(OCIO, 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r) 사업이다. OCIO는 말 그대로 기관투자자들이 운용 관련 업무를 외부에 맡기는 것을 뜻한다. 대형기금들은 수조원의 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금융사들은 자금을 받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양측이 상생할 수 있는 사업모델로 꼽힌다.

OCIO 사업이 국내 금융시장에 도입된지는 20년이 다 되어간다. 2001년 연기금투자풀이 주간운용사 제도를 도입한 뒤 주택도시기금, 산재보험기금 등 대형 공적기금도 이를 채택했다. 지난해부터는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이어 일반 기업들도 OCIO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금융사들 또한 시장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OCIO 사업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대형사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져왔다. 최근에는 중소형 운용사를 포함해 증권사도 경쟁에 가세하는 중이다.

KB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은 올들어 OCIO 관련 조직을 신설했고, 인력을 영입 중이다. NH투자증권도 올해 주택도시기금 주간운용사 자격을 따내며 화려하게 시장에 등장했다. 이들은 운용 노하우를 살려 OCIO 분야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겠다는 포부를 내놓고 있다.

현 상황을 보면 OCIO 시장이 금세 팽창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금융사들의 욕심만큼 운용역량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용사들은 그동안 종목을 선택해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펀드를 운용해왔다. 랩어카운트를 굴려온 증권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정교화된 자산배분형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그마저도 해외 운용사의 상품을 재간접형으로 소개하는 게 대부분이다.

OCIO의 핵심은 각 기관들의 철학을 고려한 맞춤형 자산관리다. 쉽게 말해 자금을 위탁받는 금융사들은 기금의 규모, 목적, 요구수익률 등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운용을 해야한다. 자산관리 사업 중 가장 고도화되고, 까다로운 업무인 셈이다. 기관투자자들이 선뜻 금융사에 자금을 위탁하지 못하는 이유는 운용역량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OCIO에 뛰어든 금융사들은 하나같이 본인들만의 자산배분 역량을 강조한다. 애석하게도 그간의 성과를 보면 이들이 자산배분형 상품을 제대로 성공시킨 사례조차 없다. OCIO 사업을 위해 조직을 꾸리고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최소 10억원이 든다고 한다. 금융사들의 비용이 헛되지 않으려면 화려한 말보다 운용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방법부터 강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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