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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생명 M&A]돌고 돌아 결국 신한금융 품으로 간 오렌지라이프2009년 최초 매각설 이후 두차례 출회…지리한 가격협상, 1년만에 종지부

신수아 기자/ 원충희 기자공개 2018-09-06 10:15:33

이 기사는 2018년 09월 05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가 결국 신한금융그룹 품에 안겼다. 지리했던 매각 협상은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하면서 2조2989억원이라는 가격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파란만장한 10년의 매각사를 뒤로 하고 오렌지라이프는 국내 굴지 금융지주그룹의 계열사로 재탄생하게 됐다.

오렌지라이프 매각설이 최초로 흘러나온 건 지난 2009년쯤이다. 당시 대주주였던 네덜란드 ING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경영난에 시달리게 되자 보험부문을 정리하는 조건으로 100억유로의 구제자금을 받았다. 보험부문 정리가 본격화 되면서 아시아에서 가장 큰 사업거점이었던 한국ING생명 법인도 매각대상에 포함됐다.

소문으로만 돌던 ING생명 매각이 실체를 드러낸 것은 2012년 때의 일이다. 당시 원매자로 나선 곳은 KB금융지주. 어윤대 당시 KB금융 회장이 선두에 나섰다. 가격도 2조2000억원대로 조율됐다. 남은 것은 이사회와 금융당국 승인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5~6개월이 넘도록 인수체결이 이뤄지지 못했다. 보험사 M&A를 두고 어 전 회장과 사외이사들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당시 사외이사들은 업계 최고수준의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금융당국도 1조원에 달하는 국민은행의 지주 배당문제 등을 거론하며 제동을 걸었다. 몇 번이나 결론을 못 내고 미뤄졌던 인수안건은 결국 이사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ING생명의 새 주인 찾기는 이듬해 재개됐다. 우량매물이라 원매자들도 많았다. 한화그룹, 교보생명, 동양생명(보고펀드), MBK파트너스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결국 최종승리자는 MBK파트너스. 가격도 1조8000억원대에 샀다. KB금융과 협의했던 2조2000억원보다 훨씬 싼 가격이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주인이 된 지 3년이 되던 2016년, 오렌지라이프는 또 한 번 매각길에 올랐다. 예견된 절차였다. 최소 희망가는 3조원이었다. 한껏 치솟은 오렌지라이프의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는 투자자는 사실상 중국계 자본밖에 없었다.

당시 알려졌던 인수 숏리스트(적격 예비후보)는 홍콩계 사모펀드인 JD캐피탈과 중국계 전략적 투자자(SI) 태평생명, 푸싱그룹 등이었다. MBK파트너스는 한 중국계 투자자와 인수 협상을 진행했으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이 시작되며 거래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ING생명 거래와 관련해) 중국계 바이어와 꽤 많이 협상이 진척된 상황이었다"며 "원래 보험회사가 제재를 가장 먼저, 많이 받기 때문에 소비재로 사드 불이 붙기 전에 (중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미리 언질이 있어 딜이 깨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시기를 조율하기로 했다. 중국과의 갈등이 봉합되기를 무작정 기다리기 보다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 절반을 회수하는 차선책을 택했다. 오렌지라이프의 실적은 자신감으로 넘쳤다. 상장작업은 성공적이었다. 안정적인 재무건전성과 배당 매력을 인정한 해외투자자들이 투자에 나섰고 2017년 5월 40.85% 구주 매출 IPO가 성공했다. MBK파트너스는 1조1055억원을 회수할 수 있었다.

매각설은 끊이지 않았다. 2018년 초 또 한 번 오렌지라이프가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국내 금융지주와 외국계 투자자가 오렌지라이프의 실사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KB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의 3파전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우리은행의 이야기도 등장했다. 온갖 '설'만 난무했다. 사공은 점점 많아졌으나 진척은 없었고, 그렇게 수개월이 흘렀다.

가격이 문제라는 분석이 힘을 받았다. 3조원, 3년전과 같은 숫자였다. 차이점이라면 '3조'란 숫자가 당시엔 100% 지분가치(에퀴티 밸류)를 말한 것이고, 지금은 매각 대상인 59.15% 기준이란 것이다. 나머지 40.85%는 지난해 ING생명 기업공개(IPO)를 통해 이미 매출했다. 즉 MBK파트너스는 현재 ING생명 100% 에퀴티 밸류로 무려 5조원가량을 불렀다는 의미가 된다.

진척없는 협상에 언론의 공세가 이어졌고 오렌지라이프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한때 6만2100원까지 올랐던 오렌지라이프의 주가는 3만원대 중반에서 움직였다. MBK파트너스는 매각 작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그렇게 매각은 연기되는 듯 했다.

8월, 애초 배타적 협상권한을 부여받고도 베팅하지 않았던 신한금융지주가 전면에 등장했다. MBK파트너스와 막바지 협상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시장을 강타했다. 하지만 가격과 부대비용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쉽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리한 공방끝에 주당 4만7000원에서 4만9000원, 오렌지라이프 몸값의 윤곽이 드러났다.

9월 5일, 신한금융지주는 이사회에서 오렌지라이프 인수안을 최종 의결했다. 같은 날 11시 MBK파트너스와 신한금융지주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며 물 밑에서 1여년간 끌어왔던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신한금융지주는 향후 2~3년간 오렌지라이프를 독립법인으로 유지할 전망이다. 향후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이 합병된다면 생보업계 4위권을 넘보는 보험사로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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