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간 IB 소개영업, 사실상 '무용지물' CIB센터는 결국 증권지점…소개 실적 인센티브 제공 '위법'
원충희 기자공개 2018-09-13 09:43:47
이 기사는 2018년 09월 11일 1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은행 일반지점이 복합점포에 IB딜을 소개해주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유권해석을 해줬지만 실효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IB업무를 할 수 있는 기업·투자금융(CIB) 특화 복합점포는 증권사 소속 지점이기 때문이다. 법규상 증권지점이 은행지점에 소개실적과 연동, 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11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복합점포가 IB 소개영업을 해준 은행 일반지점에 소정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이 금융투자업 규정 위반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IB딜 소개영업을 통해 창출된 이익을 지점 간에 분배해도 문제없다는 의미다.
다만 여기에는 단서조항이 있다. '은행지점 간' 소개영업만 허용한다는 점이다. 법령해석의 요지는 복합점포를 운영하는 금융지주의 경우 복합점포에 IB딜을 소개시켜 준 계열 은행지점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게 법규 위반이냐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 내 지점간 인센티브 지급은 문제없으나 복합점포가 은행지점이 아닐 경우 유권해석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은행은 IB관련 라이선스가 없기 때문에 은행지점에서 메자닌(CB, BW) 및 회사채 발행, 기업공개(IPO) 등 IB업무를 영위하지 못한다. 은행 일반지점이 소개한 IB딜을 받아줄 수 있는 복합점포는 증권사 직원이 상주하고 있는 CIB센터 등 CIB 특화 복합점포뿐이다. KB금융그룹이 전국에 9개, BNK금융그룹이 서울과 부산에 CIB센터를 두고 있어 수혜여부가 주목됐다.
그러나 여기에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다. 언뜻 보면 은행 일반지점의 기업고객을 소개 받아 딜 소싱을 강화할 수 있을 것 같지만 CIB센터는 은행지점으로 볼 수 없는 게 문제다. 은행권 관계자는 "CIB센터는 은행점포와 증권지점이 물리적 사무공간만 공유하는 형태라 은행지점으로 볼 수 없다"며 "대다수 CIB센터는 증권사 지점에 은행점포가 내점된 형태"라고 말했다.
복합점포는 은행과 증권사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으나 업권 간에 정보교류차단장치(chinese wall)를 두고 업무를 공유하진 않는다. 은행지점과 증권지점이 한 공간에 있을 뿐 각기 다른 점포인 셈이다. 은행 일반지점이 소개해준 IB딜 역시 CIB센터의 증권사 직원이 맡아 처리하고 거기서 창출된 수익의 일부를 은행지점에 제공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불건전 영업행위에 속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복합점포 내 증권지점이 복합점포에 속하지 않은 은행지점에 소개영업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금투업 규정 위반"이라며 "금융위의 유권해석은 은행지점 간 IB 소개영업이 가능하다는 것이지만 정작 은행지점은 IB업무를 할 수 없으니 소개영업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복합점포 특례에 따라 CIB센터 내 증권지점이 CIB센터에 속해있는 은행지점으로부터 IB딜을 소개를 받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우는 법규에 저촉되지 않는다. 다만 이를 실시하려면 금융감독원에 부수업무 등록을 해야 한다. 문제는 금감원이 이 같은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까다롭게 보는 중이라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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