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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에 두번 빚진 깨끗한나라 [제지업 생존전략]③최병민 회장과 사돈관계…지분거래·유증 등에 1075억 투입

심희진 기자공개 2018-09-17 08:34:20

[편집자주]

종이는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다만 IT(정보기술)산업 발달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제지업계는 이러한 변곡점을 맞아 인수합병(M&A)이나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다양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흥망의 기로에 서있는 국내 제지업체들의 현주소와 생존 전략 등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9월 12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덕에 최근 10년동안 두번이나 기사회생했다. 성장동력 확보 실패로 존폐 기로에 내몰린 2009년 구 회장은 경영권 인수, 자금 수혈 등 통해 최 회장의 재기를 도왔다.

올초에는 깨끗한나라 지분의 풋옵션 물량을 책임지며 구원투수 역할을 수행했다. 구 회장이 깨끗한나라를 살리는 데 투입한 자금만 1000억원이 넘는다.

최병민 회장과 구본능 회장의 각별한 인연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화식 깨끗한나라(전 대한펄프공업) 명예회장의 아들인 최 회장이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막내딸인 구미정씨와 결혼하면서 두 집안은 한 배를 탔다. 구 회장은 구미정씨의 둘째 오빠다.

혼사로 가족이 된 것 외엔 경영상 교류가 없었던 두 집안은 깨끗한나라가 존폐 위기에 놓이면서 얽히기 시작했다. 2004년 부친의 뒤를 이어 최병민 회장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깨끗한나라의 상승세는 거기까지였다. 외환위기 여파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제지업체들이 설비 증설에 나선 탓에 가격경쟁이 심해졌다. 여기에 펄프가격 상승 등으로 원가부담이 가중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위생용지 부문도 유한킴벌리와 수입 브랜드에 밀리면서 시장 지배력을 잃어갔다.

2000~2003년 4000억원대였던 깨끗한나라 매출액은 2004~2007년 3000억원대에 머물렀다. 영업이익은 2002년 414억원에서 2003~2005년 220억원, 2006년 57억원으로 감소하더니 2007년 적자전환했다. 순손실 규모는 2006년 148억원, 2007년 198억원, 2008년 294억원으로 확대됐다.

부족한 운영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금융권에 손을 벌리면서 재무건전성마저 크게 훼손됐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1000억원대였던 깨끗한나라 총차입금은 2007~2008년 3000억원까지 불었다. 이는 전체 자산의 70%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부채비율도 2007~2008년 1200%로 상승했다. 최 회장이 경영을 맡은 지 5년만에 깨끗한나라는 법정관리 혹은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렸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물이 바로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다. 2009년 2월 구 회장은 그룹 핵심 축인 희성전자를 통해 매제인 최 회장으로부터 깨끗한나라 지분 57.8%를 사들였다. 경영권이 제3자에게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구 회장은 자기자본으로 마련한 160억원을 지분 확보에 사용했다.

구 회장은 깨끗한나라의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곧바로 622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유상신주 취득, 실권주 인수 등으로 희성전자의 지분율은 71%까지 상승했다. 자본 확충과 동시에 대표이사 교체도 단행했다. 2009년 3월 윤종태 전 GS리테일 부사장은 구 회장의 부름을 받고 깨끗한나라를 이끌기 시작했다. 희성전자에 몸 담았던 이기주 부사장도 깨끗한나라 대표를 역임했다. 최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깨끗한나라는 희성그룹의 관리 하에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냈다. 포화상태인 백판지 사업 대신 '릴리안' 등 생리대 브랜드를 출시하며 위생용지 부문에 힘을 실었다. 덕분에 매출액은 2010년 5000억원, 2012년 6000억원을 차례로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2008년 2억원에서 2009~2011년 120억원, 2013년 206억원까지 늘었다. 순이익도 2010년 흑자전환한 뒤 2013년 163억원으로 증가했다. 한때 1000% 초반이었던 부채비율은 2012~2013년 160% 안팎까지 떨어졌다.

실적이 정상궤도에 오르자 구 회장은 경영권을 내려놓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를 위해 2014년 7월 최 회장 일가에게 깨끗한나라 지분 35.6%를 넘겨주며 최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났다. 애당초 깨끗한나라 경영에 참여한 목적이 위기에 처한 가족회사를 도와주기 위한 것이었기에 가능한 행보였다. 지배력 회복과 동시에 최 회장은 회사를 떠난 지 6년만인 2015년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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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좌)과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우)

최 회장이 이끄는 깨끗한나라는 머지않아 또 한번의 고비를 맞았다. 지난해 8월 생리대 브랜드인 릴리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다. 소비자 불매운동에 따른 판매량 감소로 깨끗한나라는 지난해 26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수백억원대 손실을 낸 건 2001년 이후 16년만이다. 실적 악화로 주가 역시 5000원대 중반에서 4000원 초반대로 30%가량 떨어졌다.

연이은 주가 하락으로 지난 2월 엔에이치엘비그로쓰챔프를 비롯한 사모펀드들이 깨끗한나라 지분 10.6%에 대해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유동성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에도 구세주 역할을 맡은 건 구 회장이다. 구 회장은 희성전자를 통해 풋옵션 물량을 전부 매입했다. 당시 투입된 자금만 290억원이 넘는다.

구 회장은 지난 10년간 최 회장을 위기에서 구출하는 데 1075억원을 사용했다. 업계에선 깨끗한나라가 위해성 제품 논란으로 여전히 경영위기에 직면해있다는 점을 들어 희성전자가 추가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병민 회장이 2016년 말 구본능 회장의 친자인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에게 ㈜LG 지분 420억원어치를 증여한 바 있다"며 "결국 두 오너가 적절한 타이밍에 서로를 돕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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