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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나라, 희성전자가 흔든 '3세승계' 구도 [제지업 생존전략]④아들 최정규씨, 유력 후계자 장녀 최수현 전무 제치고 '최대주주'로

심희진 기자공개 2018-09-20 08:38:00

[편집자주]

종이는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다만 IT(정보기술)산업 발달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제지업계는 이러한 변곡점을 맞아 인수합병(M&A)이나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다양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흥망의 기로에 서있는 국내 제지업체들의 현주소와 생존 전략 등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9월 14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깨끗한나라 오너 3세들의 경영 승계 구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최병민 회장의 장녀인 최현수 전무가 유력한 후계자였다. 10년여간 부친을 도와 기저귀, 아기용 물티슈 등을 적극 개발하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2014년 깨끗한나라 최대주주였던 희성전자가 보유지분의 상당수를 최 회장의 아들인 최정규씨에게 넘기면서 후계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현재 최정규씨는 깨끗한나라 지분 16.0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반면 누나 최 전무의 지분율은 7.7%에 불과하다. 앞으로 경영권 승계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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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민 회장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차녀인 구미정씨와 결혼해 1남 2녀를 뒀다. 장녀 최현수 전무(사진)는 1979년생으로 미국 보스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2006년 깨끗한나라에 입사해 마케팅팀, 생활용품 사업부 등을 거치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14년 1월 경영기획담당(이사)으로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자마자 이듬해 상무, 2016년 제지·생활용품 사업부 총괄(전무)로 빠르게 승진했다. 현재 부친과 함께 깨끗한나라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1982년생인 차녀 최윤수 대표는 화장지 전문 제조업체인 나라손을 이끌고 있다. 나라손은 매년 깨끗한나라로부터 200억원가량의 일감을 받아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깨끗한나라의 광고물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온프로젝트도 최 대표가 맡고 있다. 1991년생인 아들 최정규씨는 미국에서 공부한 뒤 국내로 복귀했지만 경영수업은 받고 있지 않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업계에선 최 전무가 부친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깨끗한나라에 재직 중인 유일한 3세인 데다 올해 4살된 쌍둥이 자녀를 둔 최 전무가 '모성애 마케팅'으로 깨끗한나라를 성장시켰다는 점에서 적임자란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최 전무는 안전성에 초점을 둔 기저귀, 아기용 물티슈 등을 개발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최 전무가 진두지휘한 기저귀 브랜드인 '우리아기 첫 순면 속옷'과 프리미엄 물티슈인 '비야비야'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최 전무는 회사를 대표해 제지업계 신년인사회, 종이의 날 행사 등 대외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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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구도에 변화가 생긴 건 2014년 최정규씨가 돌연 깨끗한나라 최대주주에 오르면서다. 최정규씨에게 지분을 몰아준 사람은 외삼촌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다. 구 회장은 2009년 존폐 위기에 놓인 깨끗한나라를 회생시키기 위해 희성전자를 앞세워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2013년까지 지분 72%를 보유하며 최대주주 자리를 지켰다.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깨끗한나라의 재무구조가 개선되자 구 회장은 2014년 7월 최 회장 일가에게 다시 경영권을 넘겼다. 이 과정에서 희성전자 지분의 절반가량을 최 회장도, 최 전무도 아닌 최정규씨에게 매각했다. 2013년까지만 해도 '0'이었던 최정규씨의 지분율은 1년만에 24.51%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최 전무의 지분율은 11.8%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를 두고 당시 업계에선 구 회장이 LG그룹 가풍에 따라 장자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활동하던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오너 3세들의 지배력에는 차이가 없었다. 수십년간 세 자녀들의 지분율은 0%대에 불과했다. 상호 간 격차도 0.03~0.09%로 미미했다. 희성전자의 개입으로 판이 흔들린 셈이다.

지난 6월말 기준 깨끗한나라 최대주주는 지분 16.03%를 보유한 최정규씨다. 전환사채권 행사 등으로 주식 수 변동 없이 지분율만 낮아졌다. 지분 7.6%를 들고 있는 최 전무는 최윤수 대표와 함께 공동 2대주주에 올라있다.

현재로선 최 회장의 뒤를 누가 이을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제지업계의 보수적인 특성을 고려하면 아들이자 최대주주인 최정규씨가 경영권을 승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부친과 함께 10년 넘게 현장 경험을 쌓은 유일한 인물이 최 전무라는 점에서 장자 승계를 단정짓긴 어렵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지분율만 놓고 보면 3세 후계자는 최정규씨지만 일찌감치 경영 수업을 받은 건 딸인 최현수 전무"라며 "최근 오너일가 여성들의 경영 참여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판도가 다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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