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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팩토리, 방치된 내부통제의 말로

진현우 기자공개 2018-09-21 08:37:22

이 기사는 2018년 09월 19일 08: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평일 오후 시간대에도 오렌지팩토리 역삼점은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250평 규모의 매장 안은 땡처리 상품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손님들로 발 디딜 틈 없었던 역삼점은 오픈한 지 1년 만에 폐업을 앞두고 있다.

오렌지팩토리는 한때 ‘한국의 유니클로'라 불릴 만큼 국내 최대 규모의 유통업체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 용인점을 시작으로 전국에 직영매장만 53개, PB상품만 25개에 달한다. 하지만 오렌지팩토리는 현재 법정관리 신세로 당장 존립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다.

오렌지팩토리가 망가진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내부통제(컴플라이언스) 실패가 근본적인 부실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 중심엔 전상용 전 대표가 있다. 전 대표는 직원들의 월급을 체불하고도 본인은 호화생활을 만끽한 것으로 알려져 한창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특히 전 대표는 개인계좌로 회사 자금을 운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조사위원의 조사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사내 직원들은 회사의 자금사정을 아는 인물로 단 두 사람을 꼽았다. 전 대표와 회계·재무업무를 담당한 과장급 직원 한 사람이다.

오렌지팩토리는 운전자본 명목으로 빌린 차입금도 개인계좌로 받았다. 입금된 금액이 실제 회사로 유입되었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힘들다. 회사 측은 금융기관의 가압류로 법인계좌를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항변하지만, 이는 고루한 변명일 뿐이다.

내부통제 실패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오렌지팩토리는 형사사건을 포함해 총 43건의 소송에 휘말려 있다. 건물 명도소송부터 물품대금 미납까지 청구내용도 다양하다. 대부분 내부통제 시스템이 갖춰졌더라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리스크들이다.

전 대표는 지난 주 법정관리인에서 사임했다. 일신상 이유로 사임의사를 밝혔지만, 전 대표의 회삿돈 유용 여부는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 기업들도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내부통제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는지, 가동은 잘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렌지팩토리는 청산가치가 높아 인가전 M&A 말고 특별한 회생방안이 없다. 다만 M&A 매물로 각광받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생존의 기로에 선 오렌지팩토리에게 당장 필요한 건 새 주인이지만, 내부통제 시스템도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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