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9월 19일 08: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평일 오후 시간대에도 오렌지팩토리 역삼점은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250평 규모의 매장 안은 땡처리 상품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손님들로 발 디딜 틈 없었던 역삼점은 오픈한 지 1년 만에 폐업을 앞두고 있다.오렌지팩토리는 한때 ‘한국의 유니클로'라 불릴 만큼 국내 최대 규모의 유통업체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 용인점을 시작으로 전국에 직영매장만 53개, PB상품만 25개에 달한다. 하지만 오렌지팩토리는 현재 법정관리 신세로 당장 존립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다.
오렌지팩토리가 망가진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내부통제(컴플라이언스) 실패가 근본적인 부실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 중심엔 전상용 전 대표가 있다. 전 대표는 직원들의 월급을 체불하고도 본인은 호화생활을 만끽한 것으로 알려져 한창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특히 전 대표는 개인계좌로 회사 자금을 운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조사위원의 조사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사내 직원들은 회사의 자금사정을 아는 인물로 단 두 사람을 꼽았다. 전 대표와 회계·재무업무를 담당한 과장급 직원 한 사람이다.
오렌지팩토리는 운전자본 명목으로 빌린 차입금도 개인계좌로 받았다. 입금된 금액이 실제 회사로 유입되었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힘들다. 회사 측은 금융기관의 가압류로 법인계좌를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항변하지만, 이는 고루한 변명일 뿐이다.
내부통제 실패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오렌지팩토리는 형사사건을 포함해 총 43건의 소송에 휘말려 있다. 건물 명도소송부터 물품대금 미납까지 청구내용도 다양하다. 대부분 내부통제 시스템이 갖춰졌더라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리스크들이다.
전 대표는 지난 주 법정관리인에서 사임했다. 일신상 이유로 사임의사를 밝혔지만, 전 대표의 회삿돈 유용 여부는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 기업들도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내부통제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는지, 가동은 잘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렌지팩토리는 청산가치가 높아 인가전 M&A 말고 특별한 회생방안이 없다. 다만 M&A 매물로 각광받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생존의 기로에 선 오렌지팩토리에게 당장 필요한 건 새 주인이지만, 내부통제 시스템도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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