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0월 05일 08: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알파벳의 벤처투자 자회사인 구글벤처스는 최근 행사공간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피어스페이스'에 약 180억원을 투자했다. 공유경제 분야에서 구글과의 시너지를 기대한 것이다. 구글벤처스는 대표적인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이다.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투자는 불가능하다. 금산분리 규제로 CVC가 도입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자금을 투자에 활용하기 위해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특위)는 '벤처지주사'를 대안으로 꺼내들었다.
최근 벤처업계 인사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CVC 도입을 위해 시간을 소모하기 보다는 벤처지주회사 제도를 활용하기로 했다"며 "대기업이 벤처지주회사를 통해 벤처기업에 투자하려고 할 때 장벽이 있다면 의견을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
업계의 반응은 '물음표'다. 벤처 '지주사'가 투자사를 대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투자가 지주회사라는 복잡한 틀에 묶여있고, 벤처기업의 지분 20%이상을 보유해야 해 자유로운 투자·회수가 어렵다. 자산요건도 50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완화했지만 여전히 벽이 높다는 입장이다. 자체적으로 펀드를 만들 수 없다는 점도 벤처캐피탈과는 성격부터 다르다.
구글이나 애플 등 해외 대기업들은 CVC를 통해 창업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지만, 한국은 혁신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는 대기업 자금을 밀어내고 있는 모습이다. 민간 투자자금이 활발하게 시장에 유입되는 것이 벤처투자업계의 커다란 기치지만 현재로서는 대기업이 벤처투자에 나설 유인은 크지 않은 것 같다.
일부기업들은 벤처투자를 위해 몇 년 전부터 CVC 제도 도입을 주장해왔지만 벤처지주사 요건 완화만으로는 투자에 나서기 어려워보인다. 물론 CVC도 대기업 특혜시비, 금산분리 원칙을 깨야하는 어려움이 앞에 놓여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대기업 벤처 투자의 막힌 길은 뚫리지 않는다. 보다 과감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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