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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펀드 정책의 본말 전도 [thebell note]

이충희 기자공개 2018-10-12 09:56:24

이 기사는 2018년 10월 08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들어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펀드 관련 정책을 보면 정부가 자산운용업계를 생각하는 방식을 알 수 있다. 정부 스탠스는 확실히 벤처기업, 중소기업에 운용사가 마련한 자본을 공급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벤처기업에 뿌려진 운용업계 자금이 한국의 새 성장동력을 찾는데 마중물 역할을 하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펀드 자산의 15%를 벤처기업에, 35%를 코스닥 상장기업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한 코스닥 벤처펀드로 정책은 효과를 보고 있다. 3조원에 달하는 코스닥 벤처펀드 설정액 중 최소 1조원 이상이 이들 기업의 메자닌(CB, BW)에 투자된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기업들조차 운용사를 줄세운 뒤 0% 금리에 CB를 찍을 수 있는 시대다.

지난달 금융위가 발표한 사모펀드 체계 개편안을 통해 정부의 이런 방향성은 재차 확인됐다. 개편안의 핵심은 사모펀드의 10%룰 폐지. 그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들은 기업에 투자할 때 지분율의 최소 10% 이상을 확보해야 했다. 이 규제 탓에 메자닌 투자는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10%룰이 사라지면서 전문가들은 벤처·중소기업의 메자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더 늘 것으로 점치고 있다.

우리나라 새 성장산업을 찾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힘을 모은다는데 반대할 명분은 많지 않다. 그러나 최근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는 이런 정부 정책이 운용업계에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늘고 있다. 계속되는 관련 대책에도 올들어 증시는 후퇴했다. 메자닌 조건은 갈수록 악화되는 추세여서 펀드 수익률 관리에 더 애를 먹는 실정이다.

금융위의 펀드 정책은 표면적으로 증시 부양을 꾀한다지만 속내는 벤처·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 정부 주도로 결성되는 코스닥 스케일업 펀드 역시 상장 주식 투자 보다 기업의 유상증자 등 신규 자금 조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이다.

개인투자자 자금으로 구성된 코스닥 벤처펀드 중 상당수는 운용 5개월째 여전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운용업계에서는 정책 방향이 펀드 수익률 관리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금융위는 잇따라 내놓고 있는 대책들이 과연 펀드 시장과 증시 활성화를 위한 갓인지, 벤처 생태계를 부양하기 위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는 정책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는 냉소가 팽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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