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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원양선사 키워 해운업 재건을 [thebell note]

고설봉 기자공개 2018-10-22 08:51:35

이 기사는 2018년 10월 19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파미르고원으로 향하는 우즈베키스탄 산골마을에서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을 때 만감이 교차했다. 산을 깎아 만든 도로변 절벽 위에 파란색 컨테이너가 놓여 있었다.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새겨진 이름은 'HANJIN(한진)'이었다. 한진해운이 파산한지 2년여가 돼 가지만 아직도 세계 곳곳에는 한진해운의 흔적이 유물처럼 남겨졌다.

'한강의 기적'은 우리 경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수출로 경제가 일어서고, 흥했다. 외국에서 기술을 받아들여 생산한 상품을 수출하며 기업들은 성장했다. 종잣돈을 마련한 기업들은 기술 혁신을 거듭하며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는 동안 우리 경제의 규모도 나날이 커졌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해운사들은 묵묵히 성장의 한 축을 담당했다. 국내 기업들이 생산한 수 많은 상품을 전세계 곳곳으로 실어 나르며 시장 확대를 도왔다. 대양을 누빈 해운사들은 대륙의 오지까지 컨테이너를 싣고 들어갔다. 'Made in Korea' 제품은 그렇게 전 세계 곳곳에 팔려나갔다.

여전히 우리 경제는 과거와 동일한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업이 생산한 상품을 다른 대륙, 다른 나라에 팔아 외화를 벌어 들인다. 하지만 물건을 실어 나를 해운사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오너경영의 한계가 노출됐거나, 글로벌 해운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이제 일정 규모를 갖춘 국적 원양선사는 현대상선 한 곳뿐이다. 그러나 수출 강국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운사라고 하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작다.

일본 정부는 현대상선보다 규모가 작은 해운사 3곳을 통합해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를 출범했다. 규모를 키운 일본 해운사는 현대상선이 출항하던 노선에 배를 띄웠다. 규모의 경제에서 밀린 현대상선은 결국 노선 재편에 나서야만 했다. 일본 정부 뿐만이 아니라 프랑스, 중국, 대만 등은 이미 국가 차원에서 국적 원양선사 육성에 공을 들여 결실을 맺고 있다.

해수부는 최근 현대상선의 초대형선 신조발주를 위해 자금을 출자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 기관들이 십시일반 참여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히 2022년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에 맞춰 선박 20척이 인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으로 국적 원양선사 육성을 위해 정교하게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할 때이다. 선박 뿐만 아니라 물건을 담을 컨테이너 기기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나아가 정부 차원의 화주 지원도 논의가 시작 돼야 한다. 현대상선이 견실한 원양선사로 성장해 '해운산업 재건'이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수출 강국의 맥이 끊기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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