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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물 속의 온라인 증권사 [thebell note]

서정은 기자공개 2018-11-06 13:26:39

이 기사는 2018년 11월 02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끓는 물 속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개구리를 끓는 물 안에 갑자기 넣으면 개구리가 놀라서 뛰쳐나오지만 점차 따뜻해지는 물에 넣으면 제 몸이 익는 줄 모르고 죽는다는 얘기다. 서서히 다가오는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걸 빗댄 표현인데, 온라인 증권사를 보면 개구리와 퍽 닮았다.

온라인 증권사는 지난 20년간 확실한 캐시카우를 통해 성장해왔다. 이들은 출범 초기 저렴한 매매수수료를 강점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했다. 그 덕에 개인을 기반으로 브로커리지와 신용공여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 2000년을 전후로 설립된 이베스트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현재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이때 쌓은 영업력 덕분이다.

문제는 온라인 증권사가 맞이할 미래다. 증권업계에서 이들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내다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평생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얘기가 나오더니, 올해에는 해외주식 거래로 경쟁이 옮겨붙는 중이다. 최근 카카오페이가 바로투자증권 인수에 뛰어들자 우려는 극대화됐다. 이제는 온라인 증권사가 다른 회사의 파이를 빼앗아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들이 위기의식을 절절하게 느낀 것 같진 않다. 브로커리지 위주의 수익 구조를 탈피해야한다는 지적은 수년 전부터 나왔지만, 수확은 크지 않다. 지난 상반기 기준 이베스트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의 전체 수수료 수익 중 수탁수수료 비중은 70%에 달했다. 자기자본기준 10대 증권사 평균치인 50%대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수치다.

온라인 증권사를 떠난 직원들은 퇴사의 이유로 하나같이 '변화의 기미가 없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사업 다각화를 얘기하지만, 여전히 기존 수익원에 기대는 관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 상당수는 브로커리지를 제외한 다른 업무에 종사했던 사람들이었다. 최근 들어서야 키움증권이 투자금융(IB) 등을 강화하는 정도가 고무적인 변화다.

"온라인 증권사들이 진퇴양난에 처했다. 온라인 주식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가운데 타 증권사들마저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사들이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경쟁력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2008년 6월 한 매체에 실렸던 기사다. 여기에서 몇가지 단어만 바꾼다면 현재 모습과 다르지 않다.

첫 문단에 언급한 개구리 실험에서 빼놓은 얘기가 있다. 뜨거운 냄비 속에서 뇌가 제거된 개구리는 탈출하지 못한 반면 뇌가 온전한 개구리는 25도에서 탈출을 시도했다고 한다. 온라인 증권사들은 10년 후인 지금 두 번째 경고음을 들었다. 이들이 냄비 속을 벗어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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