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자처한 정성립 사장의 꿈 'Again 2006' 올해 실적·유동성 자신감, 2021년 조업물량까지 확보
심희진 기자공개 2018-11-16 08:23:04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5일 1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6월에 이어 5개월만에 또 다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2015년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한 이래 연내 두번이나 기자들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례적 행보를 자처한 인물은 바로 정성립 대표이사(사장)다. 정 사장은 직접 마련한 소통의 자리에서 자신감 넘치는 발언을 이어갔다. "내년이면 '작고 단단한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15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본사 대강당. 간담회 시간에 맞춰 정 사장이 등장했다. 이근모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와 조욱성 관리본부장(부사장)도 함께 자리를 지켰다.
한층 누그러진 조선업계 시황을 대변하듯 간담회장은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였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정 사장도 시종일관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작년 채무재조정 이후 대우조선해양이 어떻게 변화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갈 건지 설명드리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턴어라운드 중인 대우조선해양. 정 사장이 이번 간담회를 자처한 이유였다.
|
올해 대우조선해양은 환골탈태했다.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한 지 3년만에 65%의 자구계획 이행률을 달성했다. 당산사옥을 비롯한 보유자산과 웰리브, 대우조선해양건설 등 알짜 계열사들을 연이어 매각한 것이 주효했다. 희망퇴직 등을 통해 총 3300명의 인원을 감축하는 등의 사투도 벌였다. 생산직을 포함한 전 직원이 임금의 10~15%, 임원은 30~40%를 각각 반납해 비용 절감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자구 노력에 조업 정상화가 더해지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실적도 반등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7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 들어선 지난 3분기까지 7050억원의 이익을 냈다. 2년 연속 흑자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 사장은 "올해 영업이익 중 충당금 환입분을 제외한 나머지 4220억원이 원가절감, 생산 안정화 등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3분기 누적기준 매출이 약 7조원인데 연말에는 9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너진 현장을 재건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현재 공정지연 사태 등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자체 영업활동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마련해 채권단 지원금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으로부터 총 7조2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이 중 출자전환한 부분을 제외하면 순수 차입금은 1조원가량이다. 정 사장은 2017년 채무재조정 때 받은 2조9000억원 가운데 빌려 쓴 3500억원을 내년 말 모두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3년 거치·3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받은 7400억원도 실사를 통해 서둘러 갚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정 사장은 장밋빛 전망을 드러내는 데만 연연해하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의 약점을 스스로 직시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정 사장은 "외형상 탄탄한 회사로 거듭나고 있지만 문제는 내실"이라며 "가장 걱정스러운 건 장기간 이어진 구조조정으로 연구개발(R&D) 인력이 다수 퇴사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인적 구성으론 향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자구안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안으로 10%의 인력을 추가 감축해야 한다. 정 사장은 예상보다 대우조선해양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만큼 자구안을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출과 임직원 수는 서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현 경영진은 대우조선해양을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R&D 역량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분한 답변을 이어가던 정 사장도 저가수주 의혹과 관련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 관리 하에 있기 때문에 선주와 본계약을 맺기 전 수주적정성 검토를 두 차례나 거쳐야 한다. 정 사장은 "채권단이 수주해도 괜찮다고 해야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며 "금융감독원이 감사인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우리가 내놓는 회계자료의 신뢰도는 100%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전세계 조선소 중 수주잔량 1위 기업이다. 2021년 상반기까지의 물량이 확보된 상태다. 통상 조선업계에선 2년6개월 어치의 수주잔고를 안정적 수준으로 간주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연말까지 2021년 하반기 조업량을 충분히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사장은 'Again 2006'을 꿈꾸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최고의 호황을 누리던 때가 바로 2006년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2006년은 정 사장이 5년간의 대표이사 생활을 마치고 대우조선해양을 떠난 해이기도 하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생산설비와 조업능력을 미뤄봤을 때 가장 적절한 매출규모가 2006년 수준인 7~8조원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내년이 바로 대우조선해양의 재건 원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엔 그동안 목표로 삼아왔던 '작지만 단단한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살얼음' 분위기 깬 이지효 파두 대표 사과
- [DL이앤씨 인사 격변]마창민 대표도 떠난다, 조직 전면 쇄신
- [DL이앤씨 인사 격변]인적분할 4년차, '가이던스 달성 실패' 후폭풍 거셌다
- [DL이앤씨 인사 격변]CFO도 퇴출, 후임자 내외부 물색
- [DL이앤씨 인사 격변]감원 칼바람, 임원 10명 중 3명 짐 쌌다
- CJ올리브영, 글랜우드PE와 결별 '이사회 재정비'
- 에스텍파마, 폴라리스AI파마로 '새 출발'
- 나무가, '공정 자동화 전문가' 이동호 대표이사 선임
- CJ그룹, 글랜우드PE에 판 CJ올리브영 지분 되사온다
- 고려아연, 강남 영풍빌딩 떠난다…행선지는 종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