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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에 'BDC' 운용을 맡기자

길진홍 벤처중기부 부장공개 2018-12-07 08:22:09

이 기사는 2018년 12월 05일 08:0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혁신과 일자리' 초기기업 젖줄로 창업 생태계의 최전선에서 숨가쁘게 달려온 모험자본이 한 해의 끝을 마주하고 있다. 투자와 회수 실적을 점검하고 1년 농사를 정리해야 할 시기이지만 막판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가 터지면서 어수선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소규모 성장기업 투자를 골자로 한 ‘비상장기업 투자전문회사(BDC)' 도입을 추진하면서 벤처캐피탈(VC)의 신경이 곤두섰다.

미국의 소기업투자촉진법안을 참조한 BDC는 비상장기업과 코넥스에 상장한 중소중견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한다. 투자 주체인 특수법인(SPC)을 상장한 뒤 유동성 공급과 경영지원 등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꾀한다. 단순히 비상장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구분된다.

자본시장 혁신 과제로 BDC 도입을 제안한 금융위는 비상장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기간과 자금 회수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았다. 기업도 청산 시점이 정해진 벤처펀드에 의한 투자보다 자금 공급이 안정적인 BDC 지원을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시장이 정체된 프리 IPO 단계의 세컨더리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주식과 채권뿐 아니라 어음, 대출, 증권 등의 대출을 허용해 비상장기업의 다양한 수요 충족도 가능하다.

우려되는 대목은 BDC 운용 주체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로 제한했다는 점이다. 장기간 비상장기업과 코넥스 상장 기업 투자 노하우를 축적한 VC를 제외했다. 공모시장에 밝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만으로 신속한 자금 수요 대응과 개인 자금 흡수가 가능하다는 취지이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우선 비상장기업의 경우 자금 투입 후 체계적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 자금 조달뿐 아니라 경영 전반에 대한 컨설팅과 멘토링이 있어야 하지만 태생적으로 호흡이 짧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만으로 한계가 있다.

공모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 흘러 피투자 기업의 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질 가능성도 높다. 적정 수준 이상으로 기업가치가 매겨질 경우 각 성장 단계별로 후속 투자 유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코스닥벤처펀드 출범 후 유사한 사례와 후유증을 목격했다. 일부에서는 BDC 주가가 투자자산의 가치와 연동돼 공정가치 측정이 어려운 비상장기업 평가를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랜 기간 비상장기업 투자와 가치평가에 잔뼈가 굵은 VC가 운영 주체에 포함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는 VC와 증권사, 자산운용사가 각각 전문영역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기업 성장단계별로 자금 공급 기능을 갖추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공모시장 노하우가 있는 증권사·자산운영사와 비상장 시장에 특화된 VC가 ‘Co-GP' 등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더는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책 기조와 역행하는 과거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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