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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금감원-기재부 얽히고설킨 갈등 금융감독체계 개편 앞둔 '신경전'…감사원도 한몫 거들어

안경주 기자공개 2018-12-07 10:46:49

이 기사는 2018년 12월 07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겉보기에는 예산을 둘러싼 신경전 같지만 이면에는 기획재정부와의 얽히고 설킨 파워게임이 자리하고 있다. 기재부의 금감원 공공기관화 기도를 무산시킨 금융위는 그 대가로 금감원을 공공기관 수준으로 관리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됐다. 여기에 금감원의 방만경영을 지적한 감사원도 한몫 거들었다.

이 모든 일의 근원은 문재인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예고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기재부 역시 금융감독체계 개편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부담스러워 할 만한 사람들을 여러 번 금감원장으로 앉히면서 충분히 예견된 일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감사원의 금감원 방만경영 지적으로 촉발

금융위 산하 분담금관리리위원회는 최근 금감원 예산을 사실상 축소하는 방향의 예산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통보했다.

앞서 금감원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1~3급 직원 비중을 현 43.3%에서 35% 수준으로 줄이는 안을 금융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30% 이하로 줄이고, 성과급이나 인건비 등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내년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지침을 내렸다.

금감원은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3일 성명에서 "금융위는 금감원에 대한 예산심사권을 무기 삼아 길들이기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선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설을 끊임없이 제기온 탓이다. 특히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한 후 갈등의 골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봤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회계감리 조치 결과를 사전 통보한 사실을 유례없이 언론에 공개해 금융위와 갈등을 빚은 것이 대표적이다. 금감원이 금융위 소관업무인 정책과 규정 개정에까지 개입해 월권논란도 벌어졌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예산안 논란의 발단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사이에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둘러싼 갈등에 있는 탓이다.

기재부와 금융위는 올해 초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문제로 정면충돌했다. 금융위 입장에서 가장 밀접한 산하기관인 금감원이 기재부의 간섭을 받는 게 달가울 리 없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금감원은 기재부에 예산과 인건비 등을 보고하고 경영평가를 받아야 한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이 무산되면서 금융위가 판정승을 거뒀지만 아직 기재부와 금융위 간 힘겨루기 가능성은 남아있는 실정이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1년 유예키로 하면서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관리 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단서를 단 것이다. 이에 올해 재점검 결과에 따라 금감원의 공공기관 재지정 논의가 내년 초 불거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의 공공기관 재지정 논란이 불거지기에 앞서 금융위가 예산 삭감이란 초강수를 뒀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초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면서 경영관리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며 "금감원에 통보한 예산지침이 공공기관보다 강화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감사원도 금감원을 둘러싼 갈등 구도에 한몫 거들었다. 공공기관 지정, 예산안 삭감 지침 등의 근거가 된 금감원의 방만경영을 감사원이 지적한 탓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금감원의 방만경영에 대한 지적과 더불어 감독분담금의 성격이 부담금에 해당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시나리오

◇금융감독체계 개편 앞두고 힘겨루기

기재부와 금융위, 금감원 등이 얽히고 설킨 갈등구조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선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에 앞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금융정책기능과 감독기능 분리'를 공약으로 제시했고 지난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금융위 조직을 기능별로 개편하고 향후 정부조직개편과 연계해 정책과 감독 분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국제금융을 주도하는 기재부와 국내금융을 책임지는 금융위 사이에 정책 단절 현상을 보완하기 위해 금융위의 일부 기능을 기재부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정책과 감독기능 분리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라며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앞두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힘겨루기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를 의식해 서로의 감독 역량을 키우는 경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갈등의 해결책 역시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그동안 금감원장에 관료를 앉히면서 인위적으로 갈등을 막아왔지만 민간 출신의 금감원장이 임명되면서 더 이상 어려워졌다는 이유다.

앞선 관계자는 "금융위가 정책과 감독 기능을 모두 가진 이상 금융정책에서의 엇박자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동안 금감원장에 금융위 부위원장이 임명되면서 갈등을 피했지만 민간출신 금감원장 선임으로 이조차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서둘러 금융위와 금감원을 합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똑같은 일을 금융위와 금감원이 나눠서 하고 있는 만큼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퇴임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현 감독체계에서 금융위는 전문성을 쌓을 수 없고, 금감원은 금융위의 감독을 받는만큼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빠른 시일에 금융위와 금감원을 통합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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