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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 경험 공유하겠다는 SK의 상생 아이디어 [thebell note]

강인효 기자공개 2018-12-12 08:12:20

이 기사는 2018년 12월 11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20년 만에 국내 신약 개발 역사를 다시 쓸 것으로 보인다. SK㈜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자체 개발한 뇌전증(간질)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성분명)'의 신약 판매 허가 신청서(NDA)를 제출하면서다. 세노바메이트가 성공적으로 FDA에서 허가를 받게 되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역사상 최초로 글로벌 혁신 신약(First-In-Class)에 등극하게 된다.

SK그룹은 이보다 앞서 20여년 전 국내 신약 개발의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바 있다. SK케미칼은 자체 개발한 항암제 '선플라주'로 지난 1999년 국산 신약 1호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선플라주는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첫 신약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실패한 신약으로 인식되고 있다. 선플라주는 이후 출시된 항암제들에 비해 효능이 상대적으로 뒤처지면서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생산이 중단됐다.

SK의 신약 개발 노력은 이러한 실패에도 굴하지 않았다. 선플라주 이후로 20년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허가받은 30개의 국산 신약이 세상에 나왔지만, 특정 질환에 대한 약의 효능이 기존의 약물과 구별되는 존재하지 않던 신약 즉, 혁신 신약은 세노바메이트가 처음이다.

세노바메이트는 상업화 성공에 따른 대박 조짐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노바메이트가 FDA 신약 허가를 받게 되면 연매출 1조원가량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는 자신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성공의 과실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과 나누는 새로운 도전에도 나선다. SK는 신약 개발에 공유경제 모델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세노바메이트의 NDA 신청 경험을 국내 제약사와 공유하는 '공동 개발 사업 모델'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기술 수출과 파트너십 없이 독자적으로 혁신 신약의 후보물질 발굴부터 글로벌 임상, 미국 FDA 허가 신청(NDA)까지 진행한 것은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가 처음인 만큼, 이러한 경험과 NDA 노하우를 국내 기업에 전수하겠다는 것이다.

의약품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 여겨지는 FDA는 우리나라 허가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그만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FDA의 문을 두드리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사례도 앞으로 계속 생겨날 것이다.

기존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 개량신약 등으로 FDA 관문을 통과해왔지만, 신약은 또 다른 차원의 얘기다. NDA 진행 과정은 고도의 사전 준비 과정, 실시간 대응 체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지속적인 협의 등 철저한 준비와 전문 역량이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이 세노바메이트 신약 허가를 위해 FDA에 제출한 서류만 수백만 장에 달한다. 신약의 경우 페이퍼 워크(paper work)가 신약 허가의 성패를 좌우한다.

SK는 국내 신약 개발의 역사에서 선플라주에 이어 세노바메이트로 다시 한번 전인미답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FDA 문턱을 넘어서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FDA 관문 통과라는 신약 허가를 받기까지의 노하우를 공유하겠다는 SK의 상생 아이디어가 글로벌 진출에 도전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귀중한 자산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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